[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1조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동양그룹은 시세조종으로 수천억원의 자산증가 효과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선봉 부장검사)는 12일 현 회장과 김철(38·구속기소)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동양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동양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해 399억원의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고가·허위매수 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시세조종을 도운 개인투자자 강모(44)씨 등 4명을 지난달 구속기소하고 현 회장 등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개입했는지 수사해왔다.
현 회장은 블록세일 당일인 2012년 3월 16일 오후 2시 30분께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 대표이사에게 직접 전화해 동양시멘트 주식 19만주를 저가에 내다팔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을 일괄매각하는 ‘블록세일’ 예정가를 맞추기 위해서다. 동양시멘트 주가는 이미 3개월 동안 18만2287번의 시세조종 주문으로 3배 이상 뛰어 예정가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했다.
동양그룹은 주식 일부를 블록세일로 매각해 122억원을 거둬들였다. 검찰은 주가상승으로 동양그룹이 3735억원의 자산증가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동양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90.5%를 갖고 있었다.
현 회장 등은 주식을 담보로 하는 전자단기사채(ABSTB)를 원활히 발행하려고 두 번째 주가조작을 꾸몄다. 동양그룹은 단기사채를 팔아 1204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 회장은 2차 주가조작 당시 해외에서 유치한 투자금 1500만달러(한화 약 168억원)를 투입하기도 했다. 두 차례 주가조작을 하면서 증권사와 한국거래소로부터 6차례 경고를 받았는데도 이를 묵인했다.
김 전 사장은 계열사 자금 등으로 마련한 12억5000만원을 작전세력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주가조작 수사에 대비해 지난 1∼3월 동양네트웍스 인사총무팀 임모(36) 과장에게 자신의 컴퓨터 포맷과 인터넷 계정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월 14일 CP 사기 혐의로 현 회장과 함께 구속수감됐다.
검찰은 임 과장과 선거기획사무소 직원 홍모(36)씨가 ‘구명 로비’ 명목으로 김 전 사장에게 9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두 사람을 증거인멸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임씨 등이 돈만 받았고 로비한 사실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차 주가조작 때 자사 주식을 5억원어치 매수하고도 소유상황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이상화(49·구속기소) 전 동양시멘트 대표이사도 추가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