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김영란법·정부조직법 등 후속조치도 ‘헛바퀴’만 계속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세월호 참사’가 발생 98일 째였던 22일,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원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이 공식화됐다. 변사체가 실제 발견 된지 40여일만이자 법원이 유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재발부 요청에 대해 6개월짜리 영장을 발부해준지 하루 만의 일이다.
유 전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은 참사 과정 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함에도 그동안 정부와 수사당국은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유병언 전 회장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왔지만 남은 것은 ‘망신’ 뿐이었다.
24일이면 어느덧 참사발생 100일을 맞는 시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다시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후속대책 마련에 의욕을 보였던 정치권으로 쏠린다.
하지만 이쪽을 들여다봐도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이다. ‘국가 대개조’이거나 ‘국가 대혁신’이거나 뭐가 됐든 후속조치가 마무리된 것이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6월 소집한 19대 국회 후반기 첫 임시국회를 ‘세월호 국회'로 명명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주요 법안은 단 한건도 통과시키지 못한채로 회기를 마무리했고 21일부터 다시 7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아무 성과가 없었던 것은 법안마다 여야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다 7·30 재·보궐선거까지 끼어있어 논의 자체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탓도 있다. 재보선이 끝나면 본격적 휴가철인 8월이 오기 때문에 후속대책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참사 100일 맞는 24일이 분기점
여야가 최우선 입법 과제로 꼽은 ‘세월호 특별법’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부딪히면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세월호특별법 이외에 정부와 여야가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각종 법안은 소속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야는 특히 특별법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평행선을 달렸고, 지난 17일 파행됐다가 전날에야 겨우 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로 재가동됐다.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을 두어 조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특별사법경찰관이 형사사법 체계를 흔들고 전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조사위도 여당은 여야 추천권을 배제한 채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 측이 추천하는 인사로 꾸리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여야 추천권을 살려야 정부·여당에 편향된 인적 구성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결 정족수도 여당은 조사위의 3분의2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자고 주장하나 야당은 과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24일이 세월호 참사 100일인데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이날로 9일째 단식농성 중인 만큼 조속히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어서 이날 오전 여야 TF 간사와 정책위의장이 비공개로 만나 논의를 재개했다.
협상 진전을 위해 새정치연합은 ‘특별사법경찰관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를 조사위 내에 두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으나 여당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24일 이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도 관련 기관들과 특위 위원들은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한발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책임을 인정한다면서 밝힌 ‘해양경찰철 해체’와 관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나, 참사의 전 과정에서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 척결의 해법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영란법’도 원안 취지 퇴색 논란과 함께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검경이 추적에 열을 올려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지난달 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이 40일 만인 22일 공식 확인됐다. 유 전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세월호 침몰로 발생한 금전적 피해를 묻기 위한 정부의 구상권 청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