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남은 것은 눈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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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남은 것은 눈물뿐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07.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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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앞다퉈 보상책 내밀면서 ‘진상규명’ 요구는 외면
유가족 진심 왜곡하는 정쟁 속에서 특별法 여전히 ‘깜깜’
▲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험사회를 멈추는 시민행동 퍼포먼스’에 참여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와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란 우산을 쓴 채 리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벌인 퍼포먼스를 통해 이들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진상 규명을 할 것과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수백명의 목숨과 함께 대한민국의 시계마저 바다에 잠긴 듯 했던 2014년 4월 16일. 그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직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대통령의 눈물어린 약속, 그리고 저마다 자신이 죄인이라고 외치던 정치인들의 요란한 반성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23일 현재, 남은 것은 국회와 광화문에서 식음을 전폐한 채 힘겨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뿐이다.

참사 발생 한 달 여 만인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 해체 등 후속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 박 대통령이 제시한 27건의 후속과제 중 실현 된 것은 단 7건에 불과하다.

특히 유가족의 최대 요구 사항이자 박 대통령이 눈물로 약속했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수사권 등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국회 본회의장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최근 여야가 제시한 세월호 특별법 중 보상 관련 법안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피해자 전원 의사자 지정·단원고 대학특례입학 등 과도한 여야의 보상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과잉 특혜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비난의 화살은 아이러니하게도 국회가 아닌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을 향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단식에 들어간지 7일째인 20일 오후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이 벼슬이냐”…과잉특혜 논란 ‘허와 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지난 9일 대한변호사 협회의 도움을 받아 강력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4.16 특별법’을 내놓았다.

진상조사·피해자 보상·후속 대책마련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보면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유가족대책위가 내놓은 법안 모두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보상 문제를 면면히 살펴보면 그 차이는 명확하다.

유가족이 제시한 법안은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위해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대부분 진상규명 위한 조항이 주를 이룬다. 더 많은 보상과 특혜를 요구하는 조항은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보상 조항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보상 내용은 일반적인 민법 조항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진다고 명시돼있다.

당초 유가족측은 혹여 보상 문제로 비난여론이 생기면 특별법 처리에 문제가 될까 우려, 보상 조항을 아예 넣지 않았다가 추후 대한변협의 자문 과정에서 보강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대책위 홈페이지에 있는 초안을 보면 실제로 보상 조항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지난 15일 한 유가족은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특례입학이 되었든 의사자 지정이 되었든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것을 저희가 혜택을 받은들, 그게 무슨 위로가 되겠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자문을 받아 작성한‘4.16 특별법안’중 보상조항 부분.

여야, 보상책 들이밀면서 진상규명 외침 외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원 의사자 지정, 단원고 학생·피해자의 직계 가족의 대학특례입학법 등의 ‘과잉 혜택’ 보상책은 모두 유가족이 아닌 여야 의원들이 먼저 제시한 사안이다.

국회에 입법예고된 세월호 관련 법안은 총 6건이다. 그 중 ‘의사자 지정’으로 논란이 된 법안은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이 제출한 것이며, 새누리당은 이에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의사자’란 직무 외 행위로 타인의 신체 및 재산을 구하다 사망한 사람을 뜻한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본연금월액의 240배에 해당하는 보상금이 유가족에게 주어진다.

또 ‘특례입학’ 논란에 휩싸인 단원고 학생 정원 외 특별전형 법안은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표발의 한 것으로, 여당 역시 합의한 사안이다. 그 외 피해지역 지원, 단원고를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지정 등의 보상책은 새누리당에서 제출한 법안이다.

이처럼 논란이 된 보상들은 모두 정치권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며, 오히려 유가족들은 ‘특례입학’전형을 발의한 유은혜 의원을 만나 제발 멈춰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등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유가족은 보상 보다는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춰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해 달라며 열흘째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여야는 보상책을 활발히 쏟아냈던 것과는 달리 진상조사 관련 협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여야 협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민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 문제다.

새누리당은 “민간 조사위원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사법 체계와 맞지 않다. 검찰 수사가 미진 할 시 특별검사를 발동하면 될 것”이라며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포괄적인 수사권 부여를 주장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조사위원회에 포괄적 수사권이 아닌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를 포함시켜 제한적 수사권을 주는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해 합의점 찾기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이 여야가 정치적 이권다툼과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유가족은 자식의 죽음을 통해 국가에게 무리한 흥정을 요구하는 ‘볼썽사나운 집단’으로 왜곡되고 있다.

세간의 이목은 여야 정쟁보다 의사자 지정, 대학특례입학 등 정치권이 제시한 ‘보상’에 쏠렸고, 일부는 이를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과 엮어 “유가족이 벼슬이냐” “지겹다 그만 좀 요구해라”등의 비난까지 서슴치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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