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 청장, 책임지고 물러나라”…이성한 “자리 연연 안겠다”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24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발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수사의 허점을 집중 난타했다.
안행위 소속 의원들은 세월호참사 발생 100일에 열린 이날 회의에서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지 40일이 지나서야 신원확인이 이뤄진 점과 검·경 공조체계가 미흡했던 점 등을 지적하며 그 이유를 추궁했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이번 수사 경과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 ‘국가의 총체적 파국’, ‘개그콘서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물었고, 일부는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먼저 의원들은 유 전 회장의 시신에 대한 의문점을 집중 제기하면서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상황까지 오게 만든 경찰의 무능력을 매섭게 질타했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체 발견 장소 일대 주민들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주민들 사이 변사체가 유병언이 아니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변사체 발견 시점은 4월 중순께로 추정된다, 변사체를 경찰이 밝힌 신고 시점인 6월12일 이전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간과했다는 등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어 “변사체가 18일 만에 백골화가 가능한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법의학자들에게 자문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고, 오후에 출석한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도 이를 확인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도 “애초 대퇴부 뼈가 아니라 간 조직이나 근육에서 표본을 채취했더라면 더 빨리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경찰의 미숙한 대처로 인터넷에 (사체가) 유병언이 아닐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난무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이철우 의원도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유언비어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경찰의 몫”이라면서 “검경이 공조해서 이번에 유병언의 신원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또한 야당 의원들은 또 실제 배포된 수배전단과 국회에 증거자료로 제출된 전단 사이 신체수치 차이를 지적하며 “죽은 후에 키가 준 게 아니면 짜맞춘 거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청장은 “처음에 인천지검에서 받은 수치(165㎝)로 전단을 만들었다가 이후 법무부에서 정확한 측정치(160㎝)를 받아서 6월16일께 수정·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6월12일 광주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낸 부검의뢰서상의 유류품 목록과 7월22일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목록, 또 국회에 제출된 목록 간에 차이가 있다”면서 “사후 증거조작 의혹을 해소하려면 변사체 발견 당일 수사기록과 수배내용 등을 추가자료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경찰의 부실수사 책임론과 관련,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수사상 허점을 추궁하면서도 후속수사에 온 힘을 쏟아달라며 책임 소지와 관련된 언급은 자제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시작부터 이 청장의 사표를 요구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것도 우리나라가 법과 원칙, 질서를 지키지 않아서인데 이번 수사에도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검·경이 확실히 공조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검경이 모든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한다”며 검경 수사공조체제 강화를 주문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청장에게 “국민께 정중한 사과를 드리고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계속 직을 유지할지, 책임지고 물러날 것인지도 분명하게 밝혀라”고 요구하는 등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같은 당 강창일 의원도 “청장은 전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사표를 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향후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 명명백백히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사퇴 표명 요구에 대해서는 “이런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더욱 분발해서 열심히 하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가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오후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