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아, “사람 더 탄다고 배가 가라앉냐”…‘안전 불감증’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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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아, “사람 더 탄다고 배가 가라앉냐”…‘안전 불감증’ 만연
  • 김승환 기자
  • 승인 2014.08.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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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해운비리’ 연루 해운조합 임직원·해경간부 등 43명 기소
▲ 송인택 인천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6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 중회의실에서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관리공단 비리를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20일부터 세월호 침몰 원인 가운데 하나인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관리공단의 비리를 수사해 왔다.

[매일일보 김승환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이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와 해운업계에 만연한 고질적 비리였다는 것이 검찰 수사에서 재확인됐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지난 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업계에 대한 3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지검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20일 특별수사팀을 편성하고 연안여객선의 안전운항관리 기관인 한국해운조합, 선박 안전장비 점검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KST), 해경, 해수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관련업계 임직원 등 총 43명을 입건해 18명을 구속기소하고 2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여객선의 인천항 출항 전 운항관리 업무를 담당한 해운조합 관리자 5명은 선주들의 불법 운항을 묵인해왔던 것이 드러났다.

검찰조사 결과 해경 출신인 김상철(60) 한국해운조합 안전본부장은 운항관리자들에게 “여객선사와는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 원칙대로만 일하면 어떻게 하느냐, FM이 마냥 좋은 것만 아니다”라며 선주들의 과승·과적 행위 등 위법행위를 묵인하도록 지시했다.

김 본부장은 또 “사업자들이 너희들 월급도 주고 너희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조금 융통성 있게 일을 하지 왜 그렇게 말썽만 피우느냐, 사람 10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앉냐”고 언급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여객선이 최고 적재량의 2.5배에 달하는 무게의 화물을 적재한 채 운항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해경도 위법 행위를 묵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에 따르면 A(53·구속기소) 전 해사안전과장은 지난해 2월과 8월 부하 해경과 운항관리자가 장비결함으로 운항정지를 명령한 것을 철회하게 하고 선박을 운항하게 했고, 또 운항정지명령을 위반하고 배를 운항한 선장 등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주고 매월 선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해경 출신 해운조합 간부와 현직 해경 간부의의 유착도 드러났다.

이용욱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지난 4월 한국해운조합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흘린 혐의(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국장이 “해경 선배인 김 본부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 같은 행위를 했다.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 사이로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선박검사 업무를 대행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KST)의 부실 검사 실태도 밝혀졌다.

KST 검사원 B(62)씨 등 5명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실제로 엔진을 개방하거나 프로펠러를 분리해 검사하지 않았음에도 검사를 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한 뒤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B씨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조선소로 하여금 실제 검사를 한 것처럼 과거 작업 일지를 허위로 기재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KST와 유착한 해수부 공무원도 있었다.

박모(51) 해양수산부 사무관은 지난해 8월 KST 직원에게 150만원 상당의 여성용 지갑 6개 상납을 요구해 챙겼으며 지난해 4월 KST에 감찰수사 진행 사실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해운조합과 KST 임직원들의 횡령·배임 혐의도 드러났다.

한국해운조합 자금 2억6000만원을 골프비용,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이인수(59) 전 이사장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1급 공무원 출신인 이 전이사장은 자신의 지인이 해운조합이 발주한 물품 제작 사업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식 입찰과정을 거쳐 낙찰 받은 거래 업체가 사업권을 포기하게 해 입찰절차를 다시 진행하게 하기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사업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 총무인사팀장 등 3명은 조합 자금 1억9000만원을 횡령해 이 전이사장에게 상납하고 일부는 자신들의 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해운조합 소속 선사들의 손해사정업무 담당 업체 선정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C(53) 사업본부장과 손해사정업체 대표 D(49)씨가 구속기소되고 보상팀장 E(44)씨는 불구속기소됐다.

공단자금으로 비자금 4930만원을 조성해 골프 및 술값 등 개인 유흥에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는 C(59) 전 선박안전기술공단(KST) 이사장은 불구속기소됐다.

이밖에도 KST 자금 횡령·배임 등 혐의로 KST 직원 1명이 구속기소되고 4명이 불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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