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세월호 이후 ‘국민 자긍심’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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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세월호 이후 ‘국민 자긍심’ 반토막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08.2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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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 지켜줄 것’ 46.8%→7.7%…“어른 지시보다 내 판단” 53%
고2 대상 조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 61%→24.9%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이른바 ‘세월호 세대’라 불리는 우리나라 2학년 고교생 2명 중 1명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에 직면했을 때 교사나 현장 책임자의 지시보다는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은 절반이 넘게 추락했다.

▲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등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지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산하 참교육연구소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수도권 고 2학생 1051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5일~25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세월호와 같은 급작스런 사고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경우 대처방법을 묻는 질문에 53.2%의 학생들이 ‘내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를 것 같다’는 8.5%, ‘인솔자인 교사의 말을 따르게 될 것 같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친구들과 의논해 함께 결정할 것 같다’는 22.4%였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선장의 지시로 많은 학생이 희생된 점과 세월호와 관련된 각종 해운 비리들이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며 기성세대에 대한 짙은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불신은 국가와 사회 시스템 전반으로 번졌다. 여야 간 정쟁으로 세월호 특별법이 참사 이후 단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가운데, 고교 2학년생 10명 중 9명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비관적’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에 대해 학생들 중 91.2%가 ‘비관적’이라고 답했으며,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확립’에 대한 질문 역시 ‘비관적’이라는 답이 각각 86.2%, 86.5%로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고2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전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61%에서 24.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내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46.8% → 7.7%, ‘사회지도층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믿음은 26.2%→6.8%, ‘부정부패가 철저히 감시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믿음은 17.8%→6%로 수직 하강했다.

‘내가 위기에 처할 때 주위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66.4%→ 36.1%로 떨어지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또래인 고교생사이에 전반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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