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끼인 새정치연합은 ‘리더십 진공’ 사태 예고
정치공백 속 국회 파행 불가피…민생법안 처리 난망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대한민국 정치가 ‘세월호 정국’에 묶여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수렁에 빠졌다. 9월 정기국회 개원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월호 정국’의 해소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서 주요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새해 예산안 심의마저 파행으로 흐를 우려가 나온다.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대한변호사협회(변협)조차 ‘진상규명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누리당은 입장을 바꿀 뜻이 없음을 연일 재확인하고 있다.
상황을 중재해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당 몫 특별검사 추천에 유족의 동의를 얻는 조정안을 제시해 2차 여야합의가 이뤄졌지만 세월호 유족들이 2차 합의안에 대해서도 거부의 뜻을 압도적 의견으로 결정하면서 ‘리더십 진공’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감돌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박영선 원내대표를 ‘공감·혁신위원장’으로 추대한 바 있는데,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합의가 두 차례에 걸쳐 파기되면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거부 의견이 커지면서 ‘거취’ 자체가 불안하게 됐다.
당내 일각에서 3차 재협상에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새누리당이 3차 협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3차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유족 측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궁지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2차 협상 결과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최대한 양보했다”면서 ‘굴욕적’이라는 당내 반발도 있었다는 입장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안되면 민생경제 법안만이라도 우선 분리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카운터파트인 새정치연합 쪽 상황이 녹록치 않다보니 분리처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 임시국회가 이른바 ‘입법 제로’의 오명을 쓰고 막을 내린 가운데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93건의 법안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고 여야가 이미 합의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도 50여 건에 달하며, 예산이 이미 마련됐는데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집행되지 못하는 복지 개선 관련 정책들도 있다.
이와 관련, 일단 22일부터 새정치연합이 단독 소집한 ‘8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되기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올해부터 처음 도입될 ‘분리 국감’, 단원고 학생 특례입학 관련법 등 시급한 현안과 주요 민생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회 일각에서는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꼬여버린 정국을 풀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28일째 단식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면담 요청도 거부하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