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27일 교착상태에 빠진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한 점을 거론하며 “최종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대통령은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깊은 공감으로부터 출발한다면,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에게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작한 농성 6일째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개학날 전이면 아이들과 한 학기의 약속을 나누기도 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기도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 응원하기도 하던, 부모들이었다”며 “그런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는 부모들이 되었을 뿐”이라고 운을 뗐다.
이들은 이어 “온갖 유언비어와 음해에도 꾸준히 우리를 찾아오시고 더 멀리서도 함께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의 평범한 마음들에 깊은 공감을 하고 계시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 평범한 마음들을 아무래도 헤아리지 못하는 듯하다. 유민 아빠가 무슨 마음으로 아직 입에 음식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지 짐작도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가족들이 무슨 마음으로 낮에는 뙤약볕, 새벽에는 찬이슬이 내리는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잠을 청하는지 짐작도 못하는 듯하다. 아니 짐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아이들에게 이 진실을 밝히는 떳떳한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과욕인가.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야 이전의 수많은 참사들을 모르고 지나왔던 죄송함까지 밀려들어, 이번에는 꼭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잘못인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가”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우리는 정치가 뭔지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살던 사람들이다. 정치는 국회의원들이나 정부 각료들이 알아서 잘 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막상 우리의 요구를 말하다 보니 국회의원이나 정부 각료들이 국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를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다시 규제완화를 논의했다고 한다”며 “최종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대통령님이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말이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전해질 때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깊은 공감으로부터 출발한다면,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