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창당 불가…의원직 박탈 5인 차기 출마 가능 여부는 미지수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우리나라 헌정사상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헌법재판소 박한철 소장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서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의원직도 모두 박탈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통진당은 창당 3년 만에 해산됐다.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부터 따지면 14년 만이다.
김이수 재판관만 해산에 반대하고 나머지 재판관 8명은 모두 해산에 찬성했다.
박 소장을 비롯해 8명의 재판관들은 결정이유에서 “통진당은 전민항쟁과 저항권 행사 등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며 “이는 목적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볼 때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며 “정당 해산 취지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소속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작년 11월 5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통진당은 지난달 25일까지 18차례에 걸친 공개변론을 거치며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여왔다.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에 대한 ‘사형 선고’라 할 수 있다. 잔여 재산이 추징되고 대체 정당 창당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되는데다, 특히 이번 결정에서 비례와 지역구를 불만한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의원직 상실이 결정된 것은 치명적이다.
통진당 해산을 명한 것은 헌재지만, 이를 집행하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선관위는 헌재로부터 해산 결정을 통지받는 대로 통진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 공고하게 된다.
정당 해산은 정당의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 등 정당을 형성하는 전부를 해체한다는 의미로, 통진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가보조금 등 각종 정치자금이 포함된다. 다만 해산 이전에 지급된 국가보조금은 추징되지 않는다.
재산을 빼앗는 것은 물적 기반을 상실시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해산에 대비해 당 재산을 사유 재산으로 전환한 경우 이를 몰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학설이 엇갈린다.
통진당은 또 기존 강령과 같은 것으로 대체 정당을 창당할 수도 없고,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도 다시 쓸 수 없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대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다만 향후 선관위가 통진당의 대체 정당 등록을 거부할 경우 통진당은 정당법 40조의 관련 조항이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한편 이날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이 박탈된 통진당 소속 현직 의원은 5명으로, 김미희·오병윤· 이상규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고 김재연·이석기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들 차기 총선에서 다시 출마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독일 연방선거법 46조 4항은 의원직이 상실된 사람의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