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편의점. 계산대 맞은편에 위치한 상비약 코너에서 기자가 판피린 에프 3통을 꺼내고 계산대로 향하자 종업원은 “한 제품의 중복 계산이 허용되지 않아서 하나하나 따로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현행 제도상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비약은 1회 1일분만 판매가 허용돼 바코드로 같은 약품의 중복계산을 차단해 놓고 있다.10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도 마찬가지. 동일한 상비약 3통을 집었지만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한 번에 같은 약을 여러 개 판매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문다”며 판매를 거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편의점에서 손쉽게 원하는 양의 상비약을 구입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지난 2012년 11월 15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약의 부실한 관리체계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약은 타이레놀정 등 해열진통제 5품목, 베아제정 등 소화제 4품목, 판피린티정 등 감기약 2품목, 신신파스아렉스 등 파스 2품목 등 모두 13개 품목으로 2년 전 시행초기와 변동이 없다.현행 제도는 상비약 오·남용 방지를 위해 편의점에서 1회 1일분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만12세 미만 아동은 구입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약사법 제44조에 따라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또한 편의점 점주는 대한약사회에서 4시간 이상의 집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종업원은 점주로부터 안전상비약 판매에 따른 준수사항을 반드시 교육받아 숙지해야 한다.그러나 기자가 조사한 결과 7곳의 편의점 중 판매량을 초과한 5곳 모두 교육을 받지 않은 종업원들이 상비약을 판매하고 있었고 초과 판매를 거절했던 2곳은 모두 점주들이 상주한 매장이었다.사실 편의점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잦은 근무시간 교체와 쉽게 일을 그만두는 여건상 교육을 일일이 받기 힘든 상황이라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 점주만 교육받고 종업원 교육을 하지 않아도 딱히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 즉 판매자 교육을 이수한 사람과 실제 판매자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에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자만 교육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종업원에게 국민건강을 맡기는 건 위험하다”며 “위해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약품 판매에 종사하는 모든 인력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이 확대돼야한다”고 강조했다.또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면 약국 외 안전상비약 판매 제도를 폐지해 환자의 안전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