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 ‘대선건설’창립, 롯데서 분가?
신준호 롯데햄우유 부회장의 건설업 진출을 놓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지난 9일 대선건설을 창립하고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에 대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건설과 사업군이 같아 맏형과 동생간의 밥 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런 소문은 신 부회장이 대선건설의 미래에 대해 " 아파트, 빌라, 주상복합, 오피스텔, 재건축, 재개발사업 등에 중점 투자해 5년 내 10대 주택건설 업체로 부상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신 부회장의 말처럼 된다면 향후 롯데 그룹의 롯데건설과 피할 수 없는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현재 대선건설은 부산에 연고를 두고 롯데건설, 롯데기공에 이은 세 번째로 롯데의 건설부문 계열사 대열에 편입됐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대선건설은 신 부회장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신 부회장이 40%, 자녀가 50% 지분을 보유해 신 부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이름 또한 롯데와는 전혀 다른 ‘대선’이라는 독립된 이름을 지었다.
사실 롯데와 대선건설 양측 또한 굳이 이런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일각에 의하면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특수관계인이어서 대선건설이 롯데로 편입됐을 뿐, 신 부회장 개인이 투자한 회사”라며 롯데의 출자설을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대선건설 역시 신 부회장의 분가설을 감추지 않았다.
즉 롯데의 2세경영 체제가 가속화되는 만큼 이제 신 부회장도 독립할 때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롯데 신 회장의 장남 동주(51) 부사장이 일본쪽을, 차남 동빈(50) 부회장이 한국쪽을 맡는 것으로 후계구도가 사실상 확립되면서 신 부회장도 일가를 이뤄 나와야 할 때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더욱이 신 부회장의 분가 설은 과거 신격호 회장과 신 부회장이 벌였던 경영권 다툼 전적으로 인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측은 지난 96년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 등 37만평을 놓고 신 회장이 동생인 신 부회장에게 명의 신탁한 땅에 대해 신 부회장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형제간 `땅 싸움'으로까지 번진 일이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법원에 내 법정 다툼을 불사했고 감정이 격화되자 신 부회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직위를 박탈키로 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기까지 했다.
이 싸움은 결국 신 부회장이 한발 물러서고 신 회장도 일부 땅을 분할, 소유하는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신 부회장은 롯데햄ㆍ우유 부회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일들에 비춰볼 때 신 부회장이 대선건설을 통해 롯데와 인연을 서서히 끊어 가는 순서를 밟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대선'이라는 사명은 지난해 6월 개인 돈으로 인수한 소주업체 대선주조와 같아 이러한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대선주조는 부산에 본사를 둔 소주업체로 ‘시원’이라는 브랜드로 부산지역을 석권하고 있는 소주업체이다.
전국 시장점유율 8.4%로 진로-금복주-무학에 이어 업계 4위의 업체이다.
사실 대선주조는 신 부회장의 ‘사돈 회사’다.
신 부회장 차남인 동환씨와 대선주조 최병석 전 회장의 장녀인 윤숙씨가 부부 관계다.
1997년 대선주조의 부도로 최 전 회장의 경영권은 넘어갔다.
한편 대선건설은 “대선주조 계열회사 가운데 대선건설이 있었지만 이미 폐업했고, 이번의 대선건설은 이름이 같지만 신 부회장이 창립한 회사”라며 대선주조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김경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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