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소상공인들의 고유영역이었던 식자재 시장에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중소업체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동안 중소업체들이 납품해오던 학교급식, 대형병원, 대형식당, 기업체 등의 납품처를 대기업들이 모두 빼앗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1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국내 식자재 유통사업은 현재 중소·영세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에게는 아직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대상베스트코 등 대기업 계열의 식자재 유통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5% 정도에 불과하다. 대기업 입장에선 성장단계에 있는 식자재 유통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삼립식품, 삼양사, 농협중앙회 등 식품 대기업들도 식자재 시장에 가세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식자재 유통시장은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중소상인들이 자신들의 자본력에 맞는 영역을 구축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고 하니 대기업들이 그 시장규모와 가능성을 탐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식자재 기업들이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기존 업체들보다 20~30% 가량 저렴하다. 유통경로를 줄이고 대량으로 물품을 조달하면서 중소업체들보다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이런 대기업들은 자영업자들이 직접 방문해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마트까지 소유하고 있어 영세업체들은 경쟁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 대기업 진출제한 등의 규제를 호소하며 식자재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기도 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조만간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식자재 도매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이후 3년간 대기업은 해당 시장진출 자제 또는 사업 축소, 철폐 등을 해야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2018년까지 국내 식자재 시장은 123조6000억원으로 늘어나 향후 5년 간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식품업계의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신성장 동력이 될 식자재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