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유통왕국 ‘롯데’
신세계에 차이고, 현대에 쫓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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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진 유통왕국 ‘롯데’
신세계에 차이고, 현대에 쫓기고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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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신세계 1위', 백화점 '현대 차별화'-유통3인방 자존심 건 신사업 경쟁 불 붙여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롯데쇼핑 상장과 함께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 자리를 놓고 롯데쇼핑(이하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하 현대)의 자리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 관련 전문가들은 유통 3인방 가운데 누가 최고인지 가리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대체로 할인점은 신세계(이마트), 백화점은 현대쪽에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 롯데는 상장 자금을 할인점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할인점 덩치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지배적 시각은 “할인점은 이미 신세계가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판도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백화점에서도 롯데는 고급화 이미지를 내세운 현대백화점에 비해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자산규모나 시가총액 만으로만 보자면 롯데는 단연 현대보다 앞서지만, 외형에 비해 영업이익률이나 투하자본이익률 등은 현대가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는 할인점 부문에서는 신세계를 쫓기에 바쁘고 백화점에서는 현대의 추월을 막아야 하는 힘겨운 수성을 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신세계, ‘롯데, 이마트 잡으려면 M&A 밖에 없다?’>

“롯데마트요? 이마트 절반도 안 되는 회사를 어떻게 비교합니까? 그건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할인점 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신세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국내 할인점 업계는 최초로 할인점 사업을 시작한 신세계 이마트가 13년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삼성 테스코의 홈플러스, 롯데쇼핑의 롯데마트가 맹추격을 하고 있지만 이마트가 워낙에 많은 점포와 그에 따른 ‘바잉 파워’,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판도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마트의 매출액이 롯데백화점을 추월해 일각에서는 “유통왕국 롯데의 아성이 무너지는갚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롯데쇼핑이 이번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할인점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할인점 사업이 향후 성장 동력이라 판단하고 전체 유통구조를 할인점에 맞춰나갈 계획이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고 설명했다.

롯데는 조만간 조직 확대를 통해 할인점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단행된 그룹 인사를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을 비롯 계열사의 베테랑 임원 3명을 롯데마트로 불러왔다.

이미 롯데마트는 식품, 가공, 의류, 가전 등 상품본부 4개 부문과 판매 2개 부문의 임원자리가 모두 차 있는 상태여서 업계는 신규 임원과 함께 롯데마트의 할인점 조직 확대가 당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또 올해 사상 최대인 12개 점포 출점과 함께 매출 목표 4조 1천 억 원 달성이라는 높은(?)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3조3천억원(추정)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최소 25% 이상 성장하겠다는 게 롯데마트 측의 목표다.

롯데마트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외형적 측면에서 후발업체들에게 이익을 뺏기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롯데마트는 공격적 출점으로 ” 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이런 공격적 경영에 한때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쌓아올린 아성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업계 1위 신세계는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는 현재 43개인 매장 수를 2010년 1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지 확보’라며 “현재 전국의 주요 지점은 이미 이마트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한계가 있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의 소위 ‘노른자 상권’은 이미 이마트, 홈플러스 등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는 상태여서 롯데 측에서는 좋은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지역 상인들과의 마찰,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서 허가권을 받기도 여의치 않다.

일각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청은 광장 인근 롯데마트 입점에 대해 건축심의 자체를 불허했고, 롯데마트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걸어 현재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이어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수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하는 데에는 월등하게 많은 점포수 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이마트는 일단 지역 상권에 맞게 매장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은 경쟁을 위해 일단 매장 규모를 크게 짓는 경향이 있어 과다한 투자비가 들어간다는 것.

또 “이마트는 전국에 4개의 물류센터를 확보해 효율적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장졈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그에 반해 홈플러스는 1개의 물류센터를 보유, 롯데마트는 지금까지는 임대사용을 해왔고, 1개를 설립할 계획에 있다.

한편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이마트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로 수익성 저하를 꼽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98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 경상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흑자액도 100억원 안팎이고 누적적자 규모가 수천 억 원대라 경영진의 고민이 깊다는 후문.

신세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롯데가 백화점으로 번 돈을 롯데마트에 투자해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얘기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아직 점포수가 부족해서 이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라며 “50여개 정도가 되면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고 항변했다.

그러자 신세계 관계자는 “점포수가 비슷한 홈플러스도 이익을 잘만 내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고 맞대응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마트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판도를 바꾸려면 2~3위 업체간의 M&A 밖에 없다” 면서 “하지만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롯데마트에 회사를 내 놓을 리 있겠느냐” 고 꼬집었다.

<일각, ‘롯데百, 고급화 굳힌 현대百에 비해 차별성 없어’>

한편 롯데는 할인점 부문에서 이마트를 따라잡아야 하는 부담과 함께 백화점 업계에서는 현대에 대비해 업계 1위를 힘겹게 수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는 백화점 점포수로는 11개로 22개를 보유한 롯데보다 훨씬 적지만 수익성에 있어서는 알짜배기다.

지난 2003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점포를 매각하는 등 점포 효율성을 극대화화해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은 1천578억원으로 109.3%가 늘었고, 경상이익도 2천6억원으로 전년대비 89.7% 증가했다.

또 올해 장사를 가장 잘 한 곳 역시 현대백화점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롯데와 신세계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7.8%, 7.2% 수준에 머무른데 비해 현대백화점은 9.5%로 늘어났다.

이는 현대백화점은 할인점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백화점 부문에 사업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외에도 부채나 자금 등 기업이 투입 가능한 자본을 투하해 실제로 현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보여주는 투하자본이익률(ROIC)도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5.9%를 기록해 가장 높다.

신세계 1 5.6%, 롯데쇼핑 11.8% 순이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이 롯데는 자사를 ‘대중 백화젼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 ‘롯데’ 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면서 “반면 현대는 ‘대중성’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적인 이미지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특히 롯데는 ‘대중화’라는 이름 아래 연중 수시로 ‘할인행사’, ‘판촉행사’ ‘경품행사’ 등 숱한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덩치가 큰 롯데에서 이런 판촉행사들을 하게 되면 다른 백화점들도 어쩔 수 없이 구색을 맞춰야 하는 상황” 이라며 “하지만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소비자에게 상품가격 상승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현대는 ‘고급화’ 이미지 외에도 고객을 위한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내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생활, 문화 관련 이벤트에 특히 심혈을 기울여 백화점이 단순히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장소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전국 각 지점에는 고객으로 구성된 ‘문화 나누미’라는 단체가 있어 백화점에서 진행되는 각종 문화 행사 진행과 자문, 불우 이웃 돕기 행사를 위한 기증과 판매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유통3사 신사업 경쟁 달아올랐다>

한편 신세계, 롯데, 현대는 향후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복합쇼핑몰과 홈쇼핑 진출, 종합유선방송(SO) 인수 등 신 사업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는 일단 할인점 부문에 그룹 역량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복합쇼핑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김포공항 내 ‘스카이파크’ 사업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 수도권 복합쇼핑몰 사업에서 우위를 점해놓은 상태다.

또 올해는 모스크바 등 해외진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

신세계는 올해 복합쇼핑몰(부산 센텀시티)과 프리미엄 아울렛몰(여주 첼시신세계 아울렛몰) 착공에 들어간다.

이 외에도 백화점-할인점-홈쇼핑‘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홈쇼핑 업계 진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연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인점이든 홈쇼핑이든 인수합병(M&A) 기회는 항상 열어놓고 있다” 면서 “좋은 물건이 합리적인 가격에 나온다면 언제든 산다는 게 신세계의 입장이다” 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 관계자 또한“신세계나 롯데나 홈쇼핑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면서 "하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매물이 없다” 고 말했다.

현대 역시 그룹 기획조정본부 내에 할인점 사업을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할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대는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점포 수 경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대 관계자는 “1~2개를 짓더라도 확실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점포 위주로 가겠다” 면서 “기존 할인점과 차별화된 모델을 세우겠다” 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는 지난 2002년부터 케이블방송사를 집중적으로 인수해 현재 케이블TV 업계 3위에 올라섰고, 이를 통해 향후 유통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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