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의 성명서 전문
'삼성 이건희, 돈으로 죄를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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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의 성명서 전문
'삼성 이건희, 돈으로 죄를 가릴 수는 없다'
  • 안미숙 기자
  • 승인 2006.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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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증여된 주식 여전히 이재용 소유 그룹 지배권 승계 가능성
[매일일보=안니숙 기자] 지난 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격 귀국하면서 "책임은 전적으로 나한테 있다"고 소회를 털어놓은 데에 이어, 7일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얻은 부당이득 환원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 수사가 본격화될 즈음 도피성 출국 이후, 5개월만에 전격 귀국한 이 회장의 장기 해외체류 구상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이 회장이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삼성이 8천억원 재단 출연과 구조조정본부 축소 등을 발표한 것은, 그동안 삼성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불법·부당행위를 적법행위로 바꾸려했던 데에 비춰보면 진일보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돈으로 죄를 가릴 수는 없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면 과거의 잘못을 묻지 말아야 하는가. 이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주식 편법증여 사건의 핵심 피고발인이며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정-경-언 유착의 핵심 고리이다. 일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삼성의 변화 의지와는 별개로 두 사건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재용씨가 부당이득을 사회에 환원한다하더라도, 편법증여된 주식은 여전히 재용씨 소유이며 따라서 삼성그룹의 지배권이 승계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이건희 회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엑스파일'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엑스파일' 내용을 조사할 특별법·특검법 논의가 실종됐다.

'삼성 장학생'이라는 비난을 샀던 검찰 주변에서는 이 회장을 당장 소환하거나 출국을 금지할 계획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황우석 파동' 이후 벌써 옛일처럼 여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빠져나가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기자협회는 삼성의 약속과 별개로, '삼성공화국'으로 대변되는 각종 불법행위와 지배구조 문제,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정-경-언 유착 의혹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했던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 엑스파일의 주인공인 이 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면죄부를 받는다면, "법은 멀고 돈은 가깝다"는 세상의 조롱이 다시 집중될지도 모른다.

2006.2.8.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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