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 인터뷰(3)
“삼성 무노조, 내면을 가장한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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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 인터뷰(3)
“삼성 무노조, 내면을 가장한 허울”
  • 김상영 기자
  • 승인 2006.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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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노무법인 현능섭 대표, 지배관계인 사업주에 대해 근로자 이익 대변할 집단 필요
[매일일보=김상영 기자]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폭로 이후 돌연 해외에 출국해 행적이 묘연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5개월여 만인 지난 2월 6일 전격 귀국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아울러 8천억원을 사회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단순히‘여론 잠재우기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금산분리’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이 회장 일가의 핵심문제로 지목돼온 경영권 승계를 위한‘지배구조’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더불어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비판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여전히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삼성의 노동자들이 삼성의 협박과 회유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국내최고 기업, 세계초일류 기업 이면에 가려진 또 다른 삼성의 얼굴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으로 남아 삼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의 8천억원 사회환원 발표와 강도 높은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매일일보>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통해서 삼성과 이 회장 일가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인터뷰>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본지는 지난 호(81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이수정 간사와의 인터뷰에 이어 두 번째로 노동자들의 인권 대변자로 활동해오고 있는 평화노무법인 현능섭 대표를 지난 2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한마디로 내면을 가장한 허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삼성의 근로자들도 역시 근로자의 신분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본질적으로 사업주를 협력자로 인식하기 보다는 노동착취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위적 지배관계에 있는 사업주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집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성근로자들도 당연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실질적인 노조가 없다는 것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노조가 설립되기 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이를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삼성과 관련해 맡은 노무 업무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 2001년도에 삼성상용차해고사건과 관련해서 60여명의 해고근로자들을 위임해 사건을 맡아 본 적이 있다. 당시 해고근로자들의 주장은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삼성상용차의 노동자들을 계열사로 전적시켜주지 않고 해고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본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하여 사건을 진행시켰다. 그 후 삼성의 노조설립방해 행위로 우울증이 발생했던 근로자에 대하여는 산재로 인정받았고 또한 삼성해고근로자들만 중심이 되어 삼성그룹노조가 처음으로 설립된 적이 있었다.

▲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을 상대로 노무 업무를 맡아 왔을 텐데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삼성만의 대응전략이 있었나?
- 삼성은 기업의 이미지와 합법적인 인사관리를 상당히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은 문제되는 사건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는 것 같다. 삼성해고자들도 삼성의 이러한 약점을 알고 홀로 투쟁하기보다는 응집해서 투쟁하려는 성격이 다른 기업에 비해 강하다고 생각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 노동자들은 삼성의 부당한 처분에 대항하기 위해 노동관련 단체에 협조를 구하거나 피해당한 삼성노동자들을 모아 삼성의 부도덕성을 알리는 집회 및 시위를 통한 집단적인 전략을 필요로 한다.

▲ MBC 이상호 기자의 삼성 X파일 폭로로 삼성과 검찰간 유착 의혹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막강 삼성의 법무팀에 대한 생각과 법조인들의 기업 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삼성은 사법부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대한 기업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법부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눈을 감고 진실만을 밝혀 법을 수호해 법치국가의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약자들에 대해서만 법이 적용되고 집행되는 게 현실이다. 거대기업들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빠져나간다. 최근에는 삼성법무팀에 건물급 판검사들이 영입되었다는 소문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바 있다. 이러한 건물급 판검사들을 기업에서 영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기업을 사법부로부터 온전히 보호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건물급 판검사가 변론을 맡았는데 사법부에서 편견없이 사건을 판단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삼척동자조차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법조인들이 바로서야 기업의 불법행위도 줄어들 것이다. 법조인들은 기업의 입맛에 맞게끔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소신 있게 기업의 불법행위들을 바로 잡고 적법한 기업으로 유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얼마 전 이건희 회장이 8천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 사회에 기부하는 시기와 진실 된 의도가 적절치 않다. 삼성이 이 기부금에 대해 어떠한 명분을 내놓더라도 국민들은 그 말에 별로 신뢰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삼성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안기부X파일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변칙증여 사건으로 정경검유착과 경영권세습의 강한 의혹을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러한 기부금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한 것이고 사회를 위한 진실 된 기부금의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삼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 법과윤리를 준수하는 경영자의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들의 진실한 의식변화 없이는 삼성의 이미지는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로부터 좋지 못한 인상을 받게 될 것이고 삼성의 허물은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무노조경영방침으로 이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노조설립을 인정하고 협력과 타협의 관계로 이끌어 가는데 역점을 두어 합법적인 인사노무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삼성에게 바라는 말
삼성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거대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기업이 성장하기 까지는 경영자들의 노고를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삼성이 다른 기업에 비하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기업에 비하여 경영마인드가 뛰어 나기 때문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삼성이 돌이켜 보아야 하는 것은 법과 윤리를 준수하면서 경영을 하였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삼성이 되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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