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 환원, 구조본 축소 국민 우습게 여기는 이건희 쇼
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 인터뷰(4)
[매일일보=김상영 기자]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폭로 이후 돌연 해외에 출국해 행적이 묘연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5개월여 만인 지난 2월 6일 전격 귀국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을 둘러싼 모든 논란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아울러 8천억원을 사회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단순히‘여론 잠재우기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금산분리’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이 회장 일가의 핵심문제로 지목돼온 경영권 승계를 위한‘지배구조’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더불어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비판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여전히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삼성의 노동자들이 삼성의 협박과 회유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국내최고 기업, 세계초일류 기업 이면에 가려진 또 다른 삼성의 얼굴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으로 남아 삼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의 8천억원 사회환원 발표와 강도 높은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매일일보>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통해서 삼성과 이 회장 일가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삼성공화국을 말한다-100인 릴레이인터뷰>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본지는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성태 성지대 교수를 100인 릴레이인터뷰의 세 번째 초대손님으로 선정해 지난 7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7일 삼성이 구조본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구조본 축소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구조본 축소가 삼성의 지배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구조본은 삼성의 지배구조, 즉 총수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하나의 기구일 뿐이고, 그 축소는 총수체제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 최근 참여연대는 삼성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 사외이사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사외제도이사는 총수가 아니라 주주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회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이다. 만일 사외이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면, 즉 총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일 뿐이라면, 그런 사외이사는 차라리 없는 편이 좋습니다. 삼성전자는 2월 1일 주주총회를 공고하면서 기존 사외이사 중 황재성, 정귀호씨를 재추천하고 박오수, 윤동민, 이재웅씨를 신규 추천했다.
그런데 황재성씨는 2002년 이재용씨 등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에 대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낼 당시 비상임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를 겸직하여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현재 황재성씨는 삼성전자의 각종 법률대리를 수행한 김&장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새롭게 추천된 윤동민 변호사 역시 같은 로펌에 소속되어 있다. 두 후보는 회사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서로에게조차 독립성을 갖지 못하다.
▲ 금산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또 다시 연기됐다. 금산법 개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배경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또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금산법 개정 주장이 삼성그룹 해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어떻게 보는가?
- 당연히 금산법 개정은 삼성재벌의 지배구조와 직결되어 있다. 삼성재벌은 금산법 개정을 무력화해서 현재의 지배구조를 가능한 유지하려고 한다. 그것은 '삼성공화국'을 유지하려는 것이면서, 총수체제의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삼성그룹 개혁'을 '삼성그룹 해체'라고 주장하하는 것은 '삼성그룹 개혁'을 막으려는 악성 선전일 뿐이다.
이런 악성 선전은 삼성그룹의 위기와 한국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삼성재벌은 지배구조의 면에서도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명확한 과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재벌의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2월 귀국과 동시에 8천억원 사회환원을 발표 한 이후 긍정과 부정적인 시각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사회기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내용을 살펴보면 새로 내는 돈은 3천500억원이다. 이것도 물론 큰 돈이지만 8천억원이라고 과장한 것은 역시 그 자체로 문제이다. 그리고 3천500억원도 순수한 기부가 아니라 불법승계를 통해 취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 벌금으로 환수되었어야 하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역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본질적 문제, 즉 불법적 지배구조와 정경유착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과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8천억원으로 여론과 나라를 사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8천억원 사회환원'은 그저 '삼성공화국'의 면목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 나라와 국민을 너무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 삼성이 본질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정경유착의 원천인 총수체제의 발본적 개혁이다. '세습경영의 삼성왕국'은 그 자체로 문제의 원천이며 위기의 근원이다. 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총수체제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자신을 개혁함으로써 사회개혁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를 권한다.
▲ 이상호 기자 X파일 폭로 이후 돌연 해외로 귀국했던 이 회장이 5개월여만에 귀국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 회장 소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검찰의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늦춰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재벌검찰'의 문제는 최근의 두산재벌에 관한 수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의혹은 이미 더 이상 의혹이 아니다. '삼성공화국'은 상당 정도 '검찰의 작품'이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에서 재벌의 시녀로, 삼성의 시녀로, 이건희 일가의 시녀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재벌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민주화'의 참담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검찰은 스스로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계속 확증해 주고 있는 셈이다.
▲ 삼성과 법조계의 유착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다. 법조인들의 삼성행을 어떻게 보는가?
-법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법 앞의 평등' 때문이다. 삼성재벌의 문제를 뻔히 알면서 삼성재벌의 개혁을 막기 위해 자신의 높은 능력과 찬란한 경력을 활용하고 그 댓가로 엄청난 부를 약속받는 법조인들을 법의 여신은 결코 자신의 추종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
삼성 법조인은 명예가 아니라 불명예의 이름이 될 것이다. 비단으로 똥을 덮더라도 냄새를 없앨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법조인들이 몰려들더라도 삼성재벌의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똥을 덮은 비단을 아름답다고 할 사람은 없다.
▲ 노무현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간 밀월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하자 일각에서는 노 정부와 이 회장의 밀월 관계가 깨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간 참여정부와 삼성의 행보를 평가한다면.
-삼성재벌은 물론이고 모든 재벌은 언제나 여기저기에 돈을 내고 손을 뻗고 관계를 맺는다. 진대제는 열린우리당으로, 현명관은 한나라당으로 보내기로 논의가 된 것은 아닐까? 참여정부는 참여 '삼성' 정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삼성재벌에 강력하게 의존하고 있다.
'밀월'은 초기의 관계를 부르는 말이고, 지금은 벌써 '3년차 부부'가 된 셈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마을 숲을 다듬는 사람이 아니라 삼성재벌의 고문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권과 재벌의 일반적 관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참여정부는 삼성재벌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삼성에 중독된 정부' 또는 '삼성에 포섭된 정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본질적 결함이다. 이 문제는 참여정부의 '기대배반'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 삼성의 무노조 전략을 어떻게 보는가?
-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자를 단순히 기계나 동물과 같은 존재로 보는 것이다. 삼성의 노동자는 '배부른 돼지'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온전한 사람은 될 수 없다. 회사 내의 여러 문제에 대해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는 극단적 방식이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삼성재벌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 최악의 기업'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비교 평가한다면.
- 이병철 회장은 정경유착의 귀재로 꼽혔다. 치밀한 계산에 능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건희 회장은 그런 기술을 아주 잘 배운 것 같다. 사실 이병철 회장의 유착술을 이건희 회장은 더욱 확대했다. 그 결과가 '삼성공화국'이다. 이건희 회장을 영웅화하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는데 그 신뢰성은 별로 믿지 못하겠다.
▲ 이 회장의 후계자 이재용을 평가한다면.
- 이재용에 대해서는 '강남 부자 아들'들과 관련된 이런저런 말들이 떠돌기도 했다. 신세대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삼성재벌의 상속자로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경영능력 같은 것은 말할 없다. 불법상속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아마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 참여연대는 삼성의 지배 연결고리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법 또는 탈법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까지 총수 일가가 이러한 거래를 감행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작은 개인기업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관점으로 거대한 초국적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쉽게 말해서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댓가로 '왕족'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과 잘못된 욕심은 비극을 부를 수 있다.
▲ 삼성이 현 지배구조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적대적 인수론’이다. 또 하나는 ‘총수경영 우월론’이다. 삼성의 이 두 가지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자신을 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도 삼성재벌을 '민족자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삼성재벌이 웃을 소리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황당해서 웃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마워서 웃는 것이다. 초국적자본을 '민족자본'이라고 하니 황당하고, 또한 '민족자본'이라는 이름으로 삼성재벌의 온갖 문제를 감싸주니 고마운 것이다.
여러 경제지표들이 '외국인 적대적 인수론'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거니와 그러다 보니 '민족자본론'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총수경영 우월론'은 '왕정'이 '민주정'보다 낫다는 주장과 같다. 민주주의를 버리고 조선의 부활을 위해 싸워야겠다. 삼성재벌이 그토록 강조하는 경쟁의 원리에도 완전히 역행하는 주장이다.
'세습왕국 삼성'은 '세습왕조 북한'의 알리바이가 될 수도 있다. 핏줄로 이어지는 총수가 아니라면 모를까, 핏줄로 이어지는 한국 재벌의 총수는 결코 그 우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 삼성재벌이 아무리 삼성경제연구소를 내세워서 이데올로기적 작업을 펼쳐도 그렇다.
▲ 끝으로 삼성공화국이 우리나라에 미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평가한다면, 또한 삼성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충고한다면.
- '삼성공화국'은 심각한 문제적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극단화된 정경유착의 상태이다. 거기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삼성재벌이 기업으로서 한국 경제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그러나 그 힘이 워낙에 막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삼성재벌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총수와 무노조와 정경유착으로 대표되는 삼성재벌의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민족자본론이나 성장동력론 등의 이데올로기적 주장으로 삼성재벌의 문제를 언제까지 감출 수는 없다. 삼성재벌의 문제야말로 삼성재벌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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