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장기화로 업종·직급·연령 불문 인력감축 실시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태를 계기로 재계 전반에 걸쳐 인력감축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이미 장기화된 경기불황의 여파로 대다수의 기업들이 극도의 구조조정과 조직슬림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감원기조가 더욱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두산인프라코어는 ‘20대 명퇴’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자 입사 1∼2년차를 대상으로 접수받았던 희망퇴직 신청을 모두 반려하기로 했다.이는 전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입사원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하도록 지시한데 따른 조치다.하지만 이는 논란의 대상이 된 1~2년차에 대한 희망퇴직 철회일 뿐 국내 사무직 3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두산인프라코어는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생산라인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여전히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감원 한파는 비단 두산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실시 중에 있다.올해 조원대의 적자를 낸 조선과 중공업계는 불필요한 사업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을 꾸준히 감축하고 있다.대규모 부실이 발견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통해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 1300명중 300명을 내보냈다.올 초 현대중공업은 과장급 이상 사무직 100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축했고, 삼성중공업은 차부장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상시적으로 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연말까지 700명 이상을 감원할 계획이다.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초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20% 가량이 옷을 벗은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1년새 전자계열사에서 1000여명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지난해에 두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한국GM은 또 다시 내년 1월 4일부터 13일까지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동국제강은 이달 초 명예퇴직을 통해 20여명 정도의 인력 정리 작업을 했다.금융권도 감원 한파가 거세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 10월 250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은 뒤 지난 15일부로 961명을 내보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구조조정을 단행한 셈이다.올 초에는 부지점장급 이상 200명, 차·과장급 이하 110명 등 310명을 내보냈던 신한은행도 내년 초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다.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속 직원에 한해 만 40세 이상의 일반직, 4급 이상의 과장급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270명을 내보냈다.하나금투는 지난달 19일까지 부장·차장급 이하 근속기간 7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접수 받았으며,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3월 리테일 손익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162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문제는 재계 전반에 불어닥친 감원 움직임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지만, 각종 전문 기관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낮게 보고 있다.OECD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6%에서 3.1%로 낮췄고, 자본총계 상위 7대 증권사가 내놓은 한국 경제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8%다.기업들 내다본 내년 성장률 전망도 암울하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6년 경영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285개사)의 90.2%가 내년도 성장률이 3.0% 미만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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