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음악시장 진출 야욕... 음악계 침체시키는 주범인가
<제작자와 유통사간 수익 배분 조정, 음악계 '뜨거운 감자'><SKT '서울음반-워너뮤직 합작법인 통해 음원 자체 확보'>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SK텔레콤의 음악시장 영역 확대가 심상치 않다.
2004년 음악포털 '멜론'을 오픈하며 음악시장에 뛰어든 SKT는 지난해 5월에는 서울음반 경영권을 인수하고 음악펀드를 조성키로 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최근 서울음반이 세계적인 음악그룹 워너뮤직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SKT는 음악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SKT로써는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멜론에 공급할 음원을 확보하는 등 디지털 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거대 자본을 앞세운 이통사들의 거침없는 시장 진출 이면에는 음악을 만드는 제작자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1일 이통사에 모바일 음원수익 배분율을 재조정할 것을 요구해온 음반제작자들이 결국 음원공급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음반제작자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시장 환경을 극복하고자 디지털 음원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힘들게 제작한 모바일 음원의 수익 대부분을 제작자가 아닌 SKT 등 이통사들이 가져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들은 특히 음악시장 진출에 가장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SKT 와 큰 갈등을 빚어왔는데 몇 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1일, 이수영, 바이브,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인기가수들의 최신 음원을 보유한 만인에미디어는 이통 3사 중 SKT를 상대로 모바일 음원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T 이용자들은 당분간 만인에미디어가 확보한 5만8천여 곡에 이르는 인기 음원을 휴대폰 벨소리, 컬러링, 멜론 서비스 등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SKT와 KTF, LGT 등 이통 3사와 두 차례 협상을 가진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이통사가 수익배분율 조정에 대한 연제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SG워너비와 씨야 등이 소속한 GM기획과 만인에미디어부터 모바일 음원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LGT 와 KTF 에 비해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T와는 실질적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만인에미디어는 결국 SKT를 유통채널로 인정하지 않고 음원공급 중단을 결정한 것.
만인에미디어 임승일 대표는 결정 직후 한 인터넷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SKT는 데이터 이용료 등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으면서도 1%도 남는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음악인들이 음악에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KT는 이번 만인에미디어의 음원 공급 중단으로 최신 가요 서비스 매출의 5% 정도가 타격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제협 측은 지난 2일 이통 3사와 또 다시 회의를 갖고 "한달 안에 음원 요율 최종안을 발표하고 1주일마다 연제협 TF(태스크포스)팀과 이통사가 순차적 회의를 통해 음악산업 전반에 대해 협의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당장의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여전히 수익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타협점을 찾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모바일에서 서비스하는 음원의 상당 부분이 공급 중단되는 상황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연제협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 음반 시장의 수익 대부분은 제작자가 아닌 SKT 등 이통사들이 가져가고 있다.
즉 하나의 곡에 대해 음원 중간 유통사(MCP)가10~15%를 수수료로 챙기고, CP업체로 15%~20% 정도가 넘어가며 제작자에게 돌아오는 수익금은 25% 이하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45~50%를 이동통신사에서 가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제작자들은 현재 25%로 책정된 수익 배분율을 45%선으로 늘려달라는 것과 음원 서비스사업자(CP) 선정을 제작자 재량에 맞겨 달라며 이통사에 지속적인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SKT 측은 음반기획사들의 요구에 "일단 협의체를 구성했고, 모든 문제는 차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일축하며 이 문제를 계속해서 이슈화시키는 것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SKT 한 관계자는 "수익배분에 관한 것은 관점에 따라 다른 것" 이라며 이통사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제작자들의 주장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SKT 음악시장 침체시키는 주범' 비난
SKT 와 음반제작자들간의 이런 갈등은 사실상 음악산업에서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2005년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05년 디지털 음악시장 규모는 약 2천14억원으로 1천338억원의 오프라인 음반시장 규모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제작자들이 만든 음원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려면 이통사의 전송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또 기존에 만들어진 음악을 온라인으로 유통시키려면 제작사, 가수, 음원제작자, 온라인음악 서비스업체, 이통사 등 여러 이해당사자가 생기게 된다.
때문에 음원을 제공하는 제작자와 이를 유통시키는 이통사 중 어느 쪽에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가야 하는 가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음원 유통 수익의 9%가, 중국은 17%가 이통사로 들어가는 반면 국내에서는 50% 정도를 이통사가 가져갔다.
바로 이런 수익 구조 때문에 그동안 제작자와 이통사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것.
이와 관련해 한국음악산업협회 박경춘 회장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음악시장 진출이 가요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면서 "특히 대형 이통사인 SKT가 바로 음악계를 침체시키는 주범" 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박 회장은 "SKT는 음악을 오로지 '돈'으로만 생각한다" 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전문성'이 중요한 것이지 '돈'만 들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SKT 같은 이런 대기업의 수익 독점이 결국은 한류열풍을 확대시킬 수 있는 연예계 저변의 힘을 깎아먹고 있다" 면서 "이런 구조에서는 좋은 음악, 좋은 영화 등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더 나은 작품을 위한 재투자 또한 일어 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SKT, 서울음반-워너뮤직 합작 통해 디지털 사업 강화
이런 가운데 SKT는 바깥의 소란에도 아랑곳없이 음악시장 공략을 위한 잰 걸음을 늦추지 않고 있다.
SKT는 지난 2004년 11월 유·무선 음악포털 '멜론'을 개설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서울음반 지분 60%를 인수했고 하반기 중 400억원 규모의 음악펀드를 조성하는 등 2년 전부터 음악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왔다.
이어 지난달에는 SKT의 자회사인 서울음반이 세계4대 메이저 음악그룹인 워너뮤직과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하면서 글로벌 유통망까지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음반 인수, 음악포털 개설, 음악펀드 조성 등 거대 자본을 무기로 사실상 메이저 음악유통업체로 부상한 SKT는 이로써 음반시장의 최대 강자로 떠올랐다.
워너뮤직과 SKT, 서울음반은 이르면 이달 초 WS 엔터테인먼트라는 음악 프로덕션 성격의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자본금 80억원 중 60%인 48억원은 워너뮤직코리아가 출자하고 나머지 32억원은 서울음반(17억원)과 SKT-KTB 음악펀드(15억원)에서 마련한다.
서울음반과 워너 뮤직의 합작법인은 우선적으로 '가수 키우기'에 중점을 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보아, 동방신기 등을 키워낸 유명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처럼 가수 영입을 섭외하고 계약하는 등 음악 기획업무를 맡게 된다.
서울음반 관계자에 따르면 장나라, 백지영 등 기존 워너뮤직코리아 소속 가수들과의 계약 또한 합작법인에서 물려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음반 경영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서울음반으로서는 워너뮤직과의 합작을 계기로 좋은 가수를 발굴하고, 음악을 기획, 제작하는 분야에 투자해 보다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작 법인으로 SKT는 디지털 음악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즉 서울음반은 WS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확보한 음악 콘텐츠를 음반 뿐이 아니라 휴대폰,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통해 유통시킬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SKT는 휴대폰과 음악포털 멜론에서 공급할 음악 콘텐츠의 상당부분을 합작회사를 통해 조달하게 된다.
때문에 SKT가 멜론 서비스용 음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인 서울음반을 앞세워 워너뮤직과 합작키로 했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음반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음원 확보를 위한 SKT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서울음반 자체의 의지가 더 크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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