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재방송 및 결방이 속출했던 MBC 예능프로램 및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방송이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달 5일 총파업을 시작한지 장장 39일만에 MBC노조 파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던 MBC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현업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디어법 투쟁 방법을 찾겠다는데 의미를 둔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이 사원 4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MBC 노조파업 막전막후를 취재해봤다.
MBC 노조, 39일만에 총파업 중단, 갈등의 불씨 안고 현장 투쟁으로 전환
사측, 조합원 42명 징계위원회 회부, 징계절차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예상
조합원 대량 징계 사태?
MBC는 인사위원회 회부 이유로 ‘사규 위반’을 꼽았다. 성명서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파업중단 여부를 놓고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진통을 거듭한 MBC 노조는 지난 13일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달 5일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 논란이 일던 황희만 부사장을 임명하고 ‘큰집 조인트’ 발언 파문을 일으킨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고소를 지연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지 39일 만에 파업중단, MBC파업참가자의 징계방침으로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MBC 인사부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이유는 ‘사규 위반’이다. 사규에는 품위 유지, 질서 유지, 회사 질서 유지, 회사 명예훼손 등의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저촉했기에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라며 “과거 MBC가 파업과 관련해 여러 번 징계를 한 사례가 있으니까 그때의 사례들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원 4명이 인사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노사 갈등차원에서 올린 사례가 있었고, 인격 모독 표현을 한 사례가 있었고, 성명서를 내면서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에도 동의를 받은 것처럼 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사안들을 4개 정도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원 대량 징계 사태가 발생할 경우 MBC는 또 한 차례 격랑에 휩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앞서 지난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노보에서 “모든 조합원들은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의에 따라 다음과 같은 행동 지침에 따른다”며 4가지 지침을 밝혔다. MBC 노조는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사장과 부사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다, 사장과 부사장 동정 취재를 거부한다, 사장·부사장 주재 행사, 회식, 집단 상견례 등을 거부한다, 공정방송 사수 의지를 담은 스티커 부착, 매주 수요일 파업 티셔츠 입기 등”을 밝혔다. 특히 공정방송 강화를 위한 5개 특별위원회를 이날부터 가동해 본격적인 ‘현장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보도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PD수첩 사수 및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특별위원회 ▲노조탄압 분쇄 특별위원회 ▲지역 MBC 사수를 위한 특별위원회 ▲방문진 개혁 및 MBC 장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등이 구성돼 있다.갈등의 불씨안고 현장복귀?
사실 이번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는 내부에서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여론에는 직종과 연차,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조합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조합원들은 주말과 휴일까지 반납한 채 한강과 야구장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선전전을 진행했고, 이근행 본부장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가자 60명이 넘는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조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또 보도부문을 시작으로 7개 직능단체 소속 1028명의 사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퇴진을 촉구했고, 특히 기자회와 보도영상협의회는 ‘큰집 쪼인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우룡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결국 과거의 파업 투쟁이 노조 지도부가 지시하고 이를 조합원들이 따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MBC 파업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형’ 투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업 열기가 고조되어가던 시점에서 벌어진 논쟁으로 뜻하지 않게 고비를 맞기도 했다. 지난 10일 비상대책위원회가 ‘파업 일시 중단’과 현장 투쟁으로의 전환을 결정하자 조합원들이 ‘명분 없이 파업을 접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는 결국 나흘간의 ‘총회투쟁’으로 이어지며 집행부 총사퇴 국면까지 확산됐다. 특히 반발 여론은 2000년대 이후 입사자들을 중심으로 거셌다. 이들은 파업 중단 의사결정과정의 ‘비민주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발이 계속 되자 집행부는 이를 사실상의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고 지난 12일 총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투쟁의 선봉이자 주력꾼이 될 젊은 조합원들을 찍어 누를 수만은 없지 않나”라며 “그들의 열기를 투쟁 동력으로 삼을 새 그릇을 만들어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가 분열되어선 안 된다’는 총의에 따라 현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고 지난 13일 사퇴 방침을 철회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파업을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이 갈등의 불씨를 안고 현장 투쟁으로 전환돼, 향후 MBC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고소한 건과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도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청자와 보수층에서는 “파업을 장기화해 자멸하기를 오히려 바란다는 여론에 긴장해 파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MBC 노조는 오는 20일 오전 서울지부 대의원 대회, 오후 전국 대의원 대회를 열고 그동안의 투쟁을 정리하며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같은 날 오후 6시엔 전 조합원들이 MBC 남문 광장에서 모여 총파업 뒤풀이도 할 예정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