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중인 금호건설, 최종 선택은 무엇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금호건설이 상도동 재개발 사업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업의 진행 여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개발 사업의 특성상 장기간의 시간 소요와 대규모 사업 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워크아웃 상태인 금호건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금호건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워크아웃을 면하기 위해 과거 노다지 밭으로 불리웠던 몇몇 재개발 지역 사업에서 손을 떼고 단기간에 수익이 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건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왜 그런 것일까. <매일일보>이 알아봤다.
상도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 비리로 답보 상태…1600억원 PF대출 보증 선 금호건설 ‘난감’
워크아웃 돌입한 금호건설 ‘엎친 데 덮친 격’…“대주단과 협의 중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상도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 비리로 답보 상태…1600억원 PF대출 보증 선 금호건설 ‘난감’ 워크아웃 돌입한 금호건설 ‘엎친 데 덮친 격’…“대주단과 협의 중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상도동 재개발 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65번지 일대(11구역)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후부터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곳에는 수십여세대의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 있었고, 여기에 보상을 노린 투기세력들과 개발 이익만을 노린 건설업체들 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하루로 편안한 날이 없었다.
금호건설의 골칫거리, ‘상도동 재개발 사업’
금호건설이 상도동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시점은 지난 2007년 5월께였다.
부동산개발 및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건설업체인 (주)세아주택이 상도동 재개발 사업 시행사로 참여, 시공사로 금호건설을 끌어들인 것이다. 당시 금호건설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워낙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인 터라 당시 금호건설로서도 안전장치를 내걸었다. 금호건설은 세아주택에 사업을 하기 전에 부지 매수와 이미 들어서 있는 조합추진위(이하 조합, 조합설립이전단계,2007년12월조합인가)의 와해 그리고 인허가 문제, 무허가 건물 거주자들의 보상과 철거 문제 해결 등을 조건부로 걸었다.세아주택은 이를 받아 들였고 금호건설은 조건에 합당(?)한 대출보증을 섰다. 엄밀히 말하면 금호건설은 당시 PF대출보증이 아닌 단기 브릿지 대출에 대한 '이자지급보증'을 섰다. 금호건설의 보증 덕택에 세아주택은 13여개 시중 은행등으로부터 총16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아주택은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이 일대 최대 지주인 지덕사(양녕대군을 모시는 사당) 소유의 1만3천여평 부지를 550억여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나머지 소규모 지주들과도 협상을 벌였다.하지만 가장 걸림돌된 것은 오래전부터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고 있었던 주민들과의 보상과 철거 문제, 그리고 이미 들어서 있는 조합을 와해시키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당시 무허가 건물 거주자들과 조합원들은 극도로 반발했다. 세아주택의 민간개발방식 전환은 곧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세아주택을 상대로 수십건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사업 진척이 더뎌지자 금호건설은 세아주택에 속행을 촉구했고, 세아주택도 이런 부담감(?) 때문에 무리수를 뒀다. 소위 말하는 로비를 통해 반발 세력들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세아주택은 PF대출금 중 수십억원을 로비 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곳 지주를 비롯한 조합원, 브로커, 금호건설 관계자 등에게 사용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세아주택으로부터 조합 와해를 조건으로 수십억원을 건네받은 브로커 A씨가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자, 세아주택은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 역시 조합 와해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치는 중 자금을 유용해버렸고, 결국 상환할 수 없게 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검찰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가 지난 2009년 4월께였다. 금호건설도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만일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이보다 앞서 채권단의 대출 기간 만료에 따른 연장 요구에 불응했을 것이다. 금호건설은 2009년 초 채권단의 연대보증 요구로 앞서 브릿지 대출 보증을 승계했다. 이후 A씨의 제보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상도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소환 조사하기 시작했다.이 결과 A씨의 제보 내용대로 세아주택 B모 대표가 수십억원대 로비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현재 세아주택 B모 대표는 2심에서 1심보다 6개월 줄어든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이며, B대표로부터 뇌물등을 받은 혐의로 조합장과 조합원 일부는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도동 재개발 사업을 초기부터 담당하고 있었던 금호건설 C차장은 자신의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지난해 말 워크아웃 직전에 자진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퇴양난에 빠진 금호건설, 포기 가능성 토로
현재 상도동 재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조합원 D모씨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조합 자체는 없어졌다고해도 무방하다”며 “그냥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씨의 말대로 세아주택에 1600억원 대출을 해준 채권단과 PF대출 보증을 선 금호건설, 그리고 세아주택등은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도동 재개발 사업을 맡고 있는 금호건설 사업관리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주단과 협상 중에 있지만, 당초 민간개발방식이 아닌 일반 재개발방식으로 하려고 가닥을 잡았다”며 “세아주택이 전체 개발 부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아주택이 지주로 참여, 나머지 지주와 함께 조합을 구성해 빠르면 올 하반기 안으로 다시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하지만 아직도 무허가 거주자들과의 보상 및 철거 문제, 그리고 지주들간 이해관계로 조합을 꾸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그는 “현재 워크아웃 중인 금호건설로서는 상도동 재개발 사업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인데, 단기간에 어떤 식으로 해결을 보지 못한다면 포기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가급적이면 금호건설이 손을 댄 사업이니 만큼 어떻게든 진행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아시다시피 워크아웃 중인 상태에서 이자를 내지는 않지만 워크아웃이 풀리면 1년 한해 PF대출이자만 170억원 이상이 지출될 수 있는 상황이고, 이미 워크아웃 이전에 세아주택이 밀린 대출 이자 60억원에 대해선 보증을 선 우리(금호건설)가 냈다”라며 “우리도 워크아웃 직전에 국내 10대 건설사 중에 상도동 재개발 사업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봤으나,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고 난감한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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