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사적 제 405호 익산 제석사지 폐기유적,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 발굴현장과 출토유물을 오는 13일 오후 2시 공개한다 고 밝혔다.
제석사(帝釋寺)는 백제 무왕이 도읍을 익산으로 옮길 계획을 추진하면서 왕궁 부근에 창건한 절로,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에서 정관(貞觀, 중국 당 태종 연호) 13년(기원 후 639년) 벼락으로 인해 불당(佛堂)과 칠층탑(七級浮圖), 회랑과 승방(廊房)이 모두 불탔다는 기록이 있어 7층 목탑, 불당, 회랑(回廊), 승방 등을 갖춘 왕실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음응험기는 중국 남조 시대 때 관세음신앙에 대한 책 3권이 발간됐으며, 12세기 일본 교토의 청련원(靑蓮院)에서 이 3책을 묶은 필사본 끝에 ‘백제 관련 기사’가 있다.
현재 발굴 중인 폐기유적은 제석사에서 불에 탄 기와나 벽체 등 건축 부재와 사찰에 모셔진 소조 불상조각들을 버린 곳으로, 남북 32.4m, 동서 28m의 규모다.2003년부터 2004년까지 이뤄진 시굴조사를 통해 흙으로 구운 소조불ㆍ보살ㆍ천부(天部), 악귀(惡鬼)ㆍ동물 등의 소조상과 연화문 수막새 등이 출토되어 백제 후기의 불교미술과 건축 등 백제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던 곳이다. 이번 발굴에서는 시굴조사때와 유사한 유물인 천부상(天部像)이 출토됐는데, 머리 부분의 파편만 남은 상태로, 살짝 다문 입술, 지그시 내려가 가늘게 뜬 눈매, 길게 늘어진 도톰한 귓불, 살짝 두툼한 턱이 잘 표현되어 있다.나한상(羅漢像) 혹은 불제자(佛门生)로 추정되는 2점은 지그시 감으면서 강인한 느낌을 주는 눈매, 두툼한 코, 둥그스름한 정수리가 잘 표현되어 있어 흥미롭다. 악귀상(惡鬼像)은 동그랗게 뜬 채로 측면을 응시하는 눈, 살짝 들린 들창코, 야무지게 다문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치아와 송곳니 등이 잘 표현되어 있고, 머리와 뺨, 턱까지 온통 털로 덮여 있으며 눈동자에 유리질이 남아 있다.이들 유물들은 형태나 문양, 제작기법의 측면에서 중국 낙양 영령사(永寧寺), 부여 정림사지(定林寺址), 일본 가와하라데라(川原寺) 출토품과 비교해 볼 때 백제를 중심으로 한 중국ㆍ일본 등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양상을 밝힐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