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대우건설 사장 선임이 또 다시 늦춰졌다. 당초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20일 사장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위원 간 이견차가 발생하면서 발표 일정을 재차 연기했다.
사추위에서 이미 차기 사장으로 내정해 놓았던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 등에서 ‘낙하산 인사’라면서 강력 규탄하자 박 고문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50.75%를 소유한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대우건설은 엄연히 민간 기업이면서도 사실상 정부가 주인으로 들어와 앉아있는 묘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장 선임에 있어서도 잡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사장 선임에 있어서 권한을 행사하는 와중에 내놓은 박창민 카드는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뒤짚어 썼다.
본 기자는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산업은행 고위 임원에게 이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을 물어봤다.(하단 관련기사 참조)
그러나 이 산업은행 고위 임원은 사추위 위원 5인중 3명이 대우건설 사외이사고 산업은행 임원은 2명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사추위 의장을 산업은행 부행장이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선 사추위 의장은 조직의 ‘장’이 아닌 사회자 역할을 수행하는 좌장에 불과하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어느 누가 대우건설 사외이사가 산업은행 인사보다 1명이 더 많으니 대우건설 사장을 대우건설에서 선임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할 것이며, 위원회 의장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회자에 불과하다는 변명은 또 누가 믿을 것인가.
외부에 산업은행의 입장을 대변하고 홍보 업무를 맡은 산업은행 홍보책임자 최고위 임원의 상황인식이 이처럼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 투성이라는 사실을 직접 접하면서 대우건설의 미래가 암울함을 느꼈다.
이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서 이 회사의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제대로 관리와 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을 지고 있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선임하고 뒤를 봐준것도 결국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 임원들은 대우조선해양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비리에 연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입을 대변하는 최고 책임자조차 그저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산업은행이 점지한 낙하산 인사가 대우건설 사장이 됐을 때 대우건설의 미래가 대우조선해양과 겹쳐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정말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 문제의 낙하산 후보가 아닌 차기 사장 최종 후보 2인중 다른 후보인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을 차기 대우건설 사장으로 선임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오늘 들려온 소식은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의 대우건설 사장 선임 소식이 아닌 ‘그저 일정 뒤로 미루기’였다. 이는 산업은행이 ‘낙하산 사장’ 논란의 주인공인 박창민 카드를 여전히 포기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상태 사장이라는 잘못된 CEO를 선택해 대우조선해양을 파탄 위기에 몰아넣은 산업은행이 대우건설마저 위기에 빠트릴 것인가.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의 최종책임은 결국 산업은행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고자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은 또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응당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산업은행의 다음 행보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