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추위 구성 놓고 산업은행-대우건설 서로 다른 입장차···발 빼기 급급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대우건설 차기 사장으로 '낙하산 사장 선임'설이 불거지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우건설 사장 자리는 지난 14일 박영식 대우건설 전임 사장의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겨진 상태다.
이날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는 차기 사장 최종 후보 2인으로 지난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낸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과 2013년까지 대우건설 부사장 직무를 수행한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선택했다.
대우건설 사장을 선임하는 사장추천위원회는 총 5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원회 의장은 전영삼 산업은행 부행장이 맡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의 50.75%를 소유한 대우건설 최대주주다. 이 밖에 오진교 산업은행 사모펀드실장이 산업은행 인사로 사추위에 들어가 있다.
나머지 사추위원 3인은 권순직 전 동아일보 주필, 박간 해관재단 이사, 지홍기 전 영남대 교수다. 이들 3인은 모두 대우건설 사외이사 자격으로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논란은 이들 사추위에서 최종적으로 대우건설 차기 사장으로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내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 입사 이후 2011년 사장 자리에 올라 2014년 사장 퇴임 후 현 고문직 수행까지 40년 가깝게 현대산업개발에서만 일해온 인사다.
현대산업개발은 그 모체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로, 1976년 현대건설에서 독립해 나온 업체인만큼 국내 주택 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짜여져 있고 해외 사업 실적이 거의 미미하다.
반면 대우건설은 아프리카나 남미 등 국내 건설사가 주로 진출하지 않은 해외 미개척지를 앞장서 공략하는 해외 사업 위주의 행보를 보여왔다. 결국 대우건설 직원들 사이에서 박창민 고문이 이 같은 ‘대우건설 DNA’에 맞지 않다는 반대의견이 거세졌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해외사업 수행경험이 전무한 박 고문은 활발한 해외 사업을 수행하는 대우건설 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다”며 “사추위의 사장 선임 선정 기준을 보면 ‘해외 수주 능력을 갖춘 자’라는 항목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해외 사업 경험이 없는 박 고문을 내정할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박 고문이 해외 사업 경험이 전무하더라도 그 밖에 다른 분야에서 사추위가 선정한 기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다”라며 “노조가 입수한 사추위의 후보 점수 현황을 보면 박 고문은 해외 사업 경험 항목 외에 다른 대부분의 항목에서도 타 후보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산업은행의 태도다. 사장을 결정하는 사추위 위원 5명 중 2명을 산업은행 임원이 맡고 있고 특히 사추위의 상석인 의장직을 산업은행 부행장이 수행하고 있는데도 대우건설 사장 선임 결정은 산업은행의 권한이 아니라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추위 의장 자리는 위원회를 이끄는 리더 직책이 아니며 단순히 ‘사회자’ 역할을 하는 자리에 불과하다”며 “사추위 의장인 전영삼 산업은행 부행장은 사추위 위원 5명중 한 명에 불과한 ‘원 오브 뎀’ 자리에 계신 분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사추위 위원 5인 중 3인이 대우건설 사외이사인 현실에서 산업은행이 낙하산 인사로 대우건설 사장을 ‘내정’ 했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며 “숫적으로도 사추위 위원 중 산업은행 인사보다 대우건설 인사가 많은 만큼 사장 선임은 산업은행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는 기업의 실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비상시 또는 필요시 감독이나 관리 차원에서 외부 인사를 ‘초빙’해오는 것을 고려하면 대우건설 사외이사 3인이 사추위에 포함됐으니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 산업은행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산업은행 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사추위 위원에 이름이 올라있는 대우건설 사외이사 3인의 경력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과 같은 ‘코드’를 공유하거나 사장 선임에 있어서 대우건설의 입장을 반영하는 인물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우건설의 한 고위 임원은 “사추위 구성이나 의사결정 구조를 볼 때 대우건설 사장 선임은 산업은행에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사장 선임에 대해 회사에서는 어떠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우건설 차기 사장을 선임하는 문제는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말이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이 ‘대우맨’ 출신이 아니라서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면서 “그러나 노조는 굳이 ‘대우건설 OB’가 아니더라도 대우건설 사장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적임자라면 외부인사라도 반대하지 않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