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성년자에 불과한 어린나이의 학생들이 흉악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가운데, 지난 22일에는 자신들을 흉봤다는 이유로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살인도 모자라 시체를 훼손하고 유기하는 등의 엽기적인 방법으로 인면수심의 흉악범죄자 못지않은 잔혹함을 보여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매일일보>은 이번 사건의 심층취재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극악무도해지는 청소년 흉악범죄의 실태를 진단해봤다.
3일간의 감금 폭행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친구의 시체 무게 줄이려 피를 뺐다"
사건의 전모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2일 ‘험담을 한다’는 이유로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한강에 내다버린 최모(15)양 등 5명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경찰은 또 시신을 훼손하고 한강에 유기하는 것을 주도한 이모(19)군을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최양 등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소재 최양의 집에서 피해자 김모(15)양을 감금하고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담요에 싸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북단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이들은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체가 물에 잘 가라앉도록 하기 위해 김양의 시체를 일부 훼손하고 담요에 벽돌과 시멘트 덩어리를 함께 넣어 물에 빠뜨리는 등 치밀함을 보였으나, 지난 17일 오전 8시 20분께 수면으로 떠오른 김양의 시신이 마포경찰서 망원지구대 한강정찰팀에 발견되면서 범행의 덜미를 잡히게 됐다.경찰은 발견된 시신에서 확보한 지문과 소지품 등을 근거로 김양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족을 상대로 피해자 행적 등을 수사하던 중, 김양이 최근 친구 집에서 기거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게 됐다.이에 경찰은 김양의 친구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던 중 피의자 최양 주거지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벽돌 및 시멘트 덩어리 등을 발견, 집중 조사를 통해 최양으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아 지난 18일~20일간 피의자 6명 전원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경찰조사에서 최양등은 평소 김양이 자신들에 대해 “몸가짐이 헤프다”는 등 험담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과 TV 통해 시신 유기방법 정보습득 의심하는 택시 운전사에 "학교 과제 조각상"
범죄의 재구성
경찰에 따르면 평소 가출과 비행을 일삼다 중학교를 중퇴한 최양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안모(15)양, 윤모(16)양, 피해자 김양과 어울리게 되었으나, 이중 김양이 나머지 친구들에 대해 “헤프다. 남자와 너무 많이 잔다”고 험담을 하자 김양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에 최양은 안양·윤양과 서로 짜고 지난 9일 평소처럼 김양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뒤 갑자기 위협적으로 태도를 바꿔 김양을 감금하기에 이르렀다.이후 최양은 평소 함께 어울리던 정모(15)군과 피해자의 남자친구 박모(15)군도 불러 범행에 합류 시킨 뒤 주먹과 발 등을 이용해 단체로 김양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가했다.이들은 김양을 폭행하다 지치면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폭행하는 방법으로 잔혹하게 학대했고, 결국 김양은 감금폭행 3일 만인 지난 12일 사망했다.최양 일행은 김양이 사망하자 친분이 있던 이모(19)군을 불러 사체 처리에 대해 논의를 했고, 인터넷과 TV를 통해 관련 정보를 습득한 뒤 이군의 주도하에 시체를 한강에 가라앉히기로 결정했다.이들은 이 과정에서 수월한 시체 운반을 위해 김양 시체의 아킬레스건과 목을 칼로 그어 피를 모두 빼내는 엽기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물에 잘 가라앉게 하기위해 김양의 시체를 감싼 담요에 벽돌, 시멘트 등을 함께 넣는 영악함을 보였다.또한 최양 등은 13일 새벽 담요로 싼 김양의 시신을 택시로 옮기면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택시기사에게 ‘학교 과제용 조각상’이라고 둘러대는 등 청소년답지 않은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아울러 피의자들은 김양의 시체를 유기한 뒤 집에 돌아와 경찰 수사에 대비, “김양이 지난 9일 최양의 집에 찾아와 아버지와 싸웠다고 하소연한 뒤 돌아갔고, 이후 본 적이 없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로 입을 맞춘 뒤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다.그러나 완전범죄로 은폐될 것 같았던 이들의 범행은 김양의 시신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끝을 맺게 됐다.
처벌 강화만으론 동종 범죄 재발 못막아...사회적 대책 마련 시급
청소년 범죄, 무관심이 부른 비극
이와 같은 청소년들의 흉악범죄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인범죄자와 같은 수위의 형벌로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미성년자 신분을 감안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현행법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잔혹해져가는 동종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자 개인에 대한 처벌강화만으로는 동종 범죄의 재발까지 막을 수 없다며, 청소년에 대해 가정과 사회가 애정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실제 이번 사건의 피의자 대부분이 빈곤이나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찰 조사 때도 부모가 아닌 외할머니나 친누나 등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경찰은 전했다.또한 사건당시 최양의 부모는 일 때문에 장기간 집을 비운 것으로 전해졌고, 피해자 김양의 부모는 딸이 장기간 집에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 “평소에도 자주 그랬다”는 이유로 실종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대해 한국청소년범죄예방협회 관계자는 “가정과 사회의 방치가 낳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기댈 곳을 잃은 청소년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과의 유대감으로 사랑과 관심을 충족하려 한다. 이로 인해 밖으로만 겉돌게 되면서 각종 비행과 탈선에 노출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관계자는 또 “특히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 청소년들은 결과를 생각하기 보다는 즉흥적인 감정과 분노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이 가정과 사회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덧붙였다.마지막으로 관계자는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한 청소년 범죄의 대부분은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보다 장기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청소년에게 가정과 사회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