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 가장 핫한 단 하나의 음악 예능을 꼽는다면 단연 MBC ‘복면가왕’을 빼놓을 수 없다.
음악예능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같은 방송사의 ‘나는 가수다’ 시리즈가 시즌2·3을 거치면서 사실상 생명력을 다 했음을 확인한 와중에 ‘대음악예능의 시대’를 개막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복면가왕을 이야기할 때 언급해야하는 프로그램은 둘이다. 2012년에 첫 시즌을 시작한 jtbc ‘히든싱어’와 복면가왕 파일럿 방송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15년 2월에 첫 시즌을 시작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이다.
3개 프로그램의 공통키워드는 바로 ‘미스터리쇼’라는 수식어이다. 이중 히든싱어는 가수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평가한다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복면가왕의 ‘원조’로 꼽는 사람도 있지만 이 외에는 비교할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
오히려 복면가왕과 비슷한 측면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너목보 쪽이다. ‘얼굴’을 숨기는 복면가왕처럼, 겉모습으로 실력자와 음치를 찾아내는 너목보는 ‘목소리’를 숨기고, 숨겨진 전체를 추리하는 과정에 쏟아져 나오는 연예인 패널들의 헛소리(?)를 통해 예능적 재미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복면가왕과 닮아있다.
또한 ‘편견’을 프로그램의 심장에 배치해놓고 ‘맞추는 쾌감’과 ‘틀리는 쾌감’을 동시에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노래의 감동이 크면 클수록 ‘틀리는 쾌감’도 커진다는 점에서 둘은 똑같다. 특히 너목보의 경우 다수의 실력자를 제치고 음치가 최종 승리할 때 색깔과 취지가 빛난다.
이 ‘틀리는 쾌감’이 각 프로그램의 정수이자 핵심이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스포일러를 당해 ‘결론’(가수의 정체)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즐거움과 감동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 역시 둘은 공유하고 있다.
가수의 노래 실력을 온전히 집중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두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출연자에게 일종의 인생역전 기회란 점이다.
너목보의 경우 아직까지 슈퍼스타급으로 떠오른 출연자는 가수 황치열 한 명 밖에 없다. 이는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라는 채널의 한계 때문일 수 있지만 그동안의 출연자들을 되돌아보면 제2 제3의 황치열이 나오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로 보인다.
복면가왕이 만든 스타는 손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우선 김연우, 하현우, 거미, 차지연 같이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대체불가 보컬로 인정받지만 실력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던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아이돌 출신 출연자로 눈을 돌리면 f(x) 루나와 EXID 솔지 같이 ‘가왕’이 된 경우는 물론 Apink 정은지, EXID 하니, BTOB 육성재 그리고 스피카 김보아·김보형 같이 가왕 등극에 실패했지만 예상 밖의 ‘실력’을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복면가왕과 너목보의 마지막 공통점은 프로그램의 포맷을 수출해 제2의 한류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한국 예능이 외국 프로그램 표절로 점철됐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