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음악예능시대 ⑤ ‘음악’과 ‘예능’의 경계에서 찾은 ‘스포츠’의 길
[매일일보] 음악예능은 본질적으로 ‘예능’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프로그램의 존폐를 좌우한다.다채널 시대 개막에 인터넷 다시보기와 IPTV의 발달로 본방송을 시청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하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시청자의 반응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다.5% 대 시청률(최대 7.5%, 최저 3.7%)을 꾸준히 유지해왔고 소수지만 열혈 시청층을 확보해온 ‘판타스틱 듀오’의 폐지로 SBS가 ‘대음악예능시대’라는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을 보면서 ‘음악예능은 예능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실감하는 요즘이다.5%는 범국민적 하야 요구를 받는 대통령이 해맑은 웃음을 유지하면서 자기 지위를 붙잡고 있을 힘을 줄 정도의 대단한(?) 지지율일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주말 음악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경쟁의 흐름에서 밀려나 문 닫을 수준의 낮은 시청률이었던 것이다.오늘 짚어볼 프로그램은 KBS ‘노래 싸움 승부’(이하 ‘승부’)와 tvN ‘노래의 탄생’(이하 ‘탄생’)이다. 두 프로그램은 제목에 ‘노래’가 들어가고, 일부 스포츠 시스템을 차용했으며 비장의 ‘카드’가 중요 장치라는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그 외에 많은 부분에서 대척점에 있다.자칭 ‘뮤직 스포츠 게임쇼’를 표방하는 ‘승부’는 3명씩 4개 팀이 참전해 선공팀에서 후공팀과 플레이어를 지목하면 후공팀이 곡을 선택해 1대1 노래대결을 벌인다. 패배자는 판정대에서 ‘블랙홀’ 아래로 추락하고, 승자가 다시 상대를 지목해서 다음 승부가 이어진다.‘블랙홀’은 같은 방송사 ‘불후의 명곡’(이하 불명)의 패배자 쪽 ‘암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판정대에서 패배자 쪽 불을 꺼버리는 것을 처음 선보였을 때 ‘잔인하다’는 평을 들었던 이 ‘암전’은 프로그램이 4년 반 넘도록 이어지면서 ‘불명’의 킬링 포인트가 된 바 있다.혹여라도 블랙홀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추락하던 패배자가 다치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즉 출연자의 안전문제만 확실히 보장되면 ‘블랙홀’ 역시 킬링 포인트로써 ‘승부’의 롱런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될 수 있어 보인다,‘승부’에서 음악예능의 ‘예능’으로서 성격을 극한까지 끌어낸 핵심 포인트는 재미든 감동이든 13명의 판정단 중에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하는데 성공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점이다. 물론 노래 자체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말이다.‘승부’는 ‘히든카드’ 제도를 통해 부족해보일 수 있는 ‘음악’ 측면도 보강했다.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현역 가수들을 팀당 한번 씩 대타로 내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현역가수가 일반 출연자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하는 것이 또 예능적 재미를 극대화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개그우먼 김미려가 괴물보컬 손승연을 노래 자체로 꺾었을 때의 충격과 쾌감은 개인적으로 최근 MBC 복면가왕에서 ‘아버님 제가 가왕 될 게요’의 정체가 개그우먼 신봉선으로 드러났을 때의 충격에 필적할 정도로 강렬했다.‘승부’의 ‘히든카드’가 음악 측면을 보충하는 장치에서 의외의 예능적 재미를 뽑아낸다면 tvN ‘탄생’의 ‘와일드카드’는 예능 측면을 보충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했으면서 의외의 음악적 쾌감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베테랑 프로듀서가 각 분야 최고수 뮤지션들을 현장에서 드래프트해서 4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미스테리한 원곡자의 신곡으로 편곡을 완성시키는 ‘탄생’은 목소리를 받쳐주는 악기 구성이 얼마나 노래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그 극한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다.무작위로 배정된 단 한 장의 ‘와일드카드’를 갖고 있는 뮤지션을 드래프트한 팀은 상대팀이 이미 드래프트한 뮤지션을 빼앗아 오거나 상대팀 프로듀서를 제외한 스튜디오 안의 누구나 한명을 자신의 팀으로 드래프트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