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이한듬 기자]

대상 청정원의 ‘우리쌀로 만든 고추장’에 사용된 쌀이 지난 2005년도에 수확돼 보관 중이던 구곡인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상 측은 시중 유통 중인 가장 오래된 쌀인 2005년도 생산 분을 우리쌀 고추장 전 제품에 걸쳐 사용했다.대상은 지난 4일 전북 순창 공장에서 ‘청정원 순창 우리쌀 고추장’ 출시 1주년을 기념해 기자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생산 시설을 공개하며 제품 제조 환경을 설명하던 중 쌀 포대에 찍혀져 있는 정부미의 ‘05년산’ 생산연도가 발견되며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대상 청정원, “5년 묵은쌀이 아니라 5년 전 수확한 벼”

이와 관련 대상 관계자는 “정부가 가공용으로 05년과 06년도에 수확된 재고 쌀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이어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저 ‘5년 된 묵은쌀’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2005년도에 수확해 ‘벼’ 상태로 보관해 오던 정부미를 필요시마다 새로 구입, 도정(쌀․보리 등 곡물의 등겨층을 벗기는 작업)과정을 거쳐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쌀의 영양소 변질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항간에 보도된 ‘5년 묵은쌀’과는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 역시 “05년산 구곡이 신곡에 비해 영양소에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 쌀 재고의 ‘활용’측면에서 구곡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다만 “구곡을 그냥 밥으로 지어먹기에는 햅쌀에 비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식품업체나 기업이 먼저 구매의사를 밝힐 경우’ 가공용으로만 판매한다”고 전했다.또한 농림부 관계자는 정부미의 경우 매달 지자체와 연 2회 정부 주관으로 관리환경과 곡물상태를 점검하기에 보관상태 역시 양호하다고 덧붙였다.한편 대상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의 원료인 밀과 05년산 구곡의 원가가 같다는 지적에 대해 “보도된 밀가루 가격은 1등급 밀가루 원료의 가격으로, 업계에서 가공품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3등급 밀가루 가격과 차이가 있다”며 “3등급 밀가루는 1kg당 315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브랜드명 앞세운 불투명한 정보...소비자가 선택할 일?

그러나 영양소나 가격의 문제를 논외로 치더라도 해당 제품이 소비자 구매 의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상 청정원 측이 내세우는 브랜드 이미지와 배치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대상 청정원의 홈페이지에는 청정원이 지향하는 것이 ‘깨끗하고 신선하고 정직한’ 제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청정원 순창 우리쌀 고추장’에 사용된 05년산 구곡은 햅쌀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져 ‘가공용’으로만 유통된다는 점에서 과연 청정원이 내세우는 청정하고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또 해당 제품에 쌀 생산 연도가 표기되지 않은 채 단순히 ‘100% 우리쌀’이라는 불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해당 원료가 신선도가 높은 신곡인지, 아니면 신선도가 뒤처지는 구곡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특히 05년산 외에도 06~09년산 구곡이 많은 시점에서, 가격이 가장 싼 05년산 구곡을 사용했다는 점은 기업의 원가 부담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며, 대상 관계자 역시 “원료의 가격도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이러한 측면에서 대상 청정원 측이 ‘국산 원료’가 주는 신뢰감와 청정원이라는 브랜드의 친환경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만을 크게 부각하고, 뒤로는 기업의 판매 수익을 높이고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등의 기업 이익을 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이에 대해 대상측은 “구곡의 영양소가 신곡과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도 낮은 가격에 영양소와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100% 국산 원료이긴 하되 햅쌀인지 구곡인지 원료의 생산연도를 모르는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기업이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대상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법상 제품 원료의 생산 연도까지 표기하는 기준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