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만찬을 가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미소로 답했을 뿐 즉답을 하지 않았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5일 저녁 전경련 회장단 만찬이 끝난 후 서울 한남동 승지원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회장단이 이건희 회장을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추대했다"며 "이건희 회장은 이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와줘서 감사하다. (제가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전경련을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는 언급 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에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먼저 이건희 회장에서 회장직을 제안했고, 참석한 총수들이 잇따라 이를 제안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별다른 언급을 삼간채 옅은 미소만 띠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어 "조석래 회장 역시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제는 전경련 회장으로 4대 그룹의 총수 가운데 한명이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미소는 정중한 거절의 의미라는 것이 그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도 "당초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전경련 회장단이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을 면전에서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미소에는 정중한 거절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사실상 차기 전경련 회장자리를 고사함에 따라 조석래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전경련 회장 선임은 상당기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주최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강덕수 STX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16명이 참석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은 이날 회동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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