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삼척시와 (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진행 중인 ‘삼척 흥전리사지(三陟 興田里寺址)’ 삼층석탑주변유적 발굴조사에서 ‘대장경(大藏經)’이 새겨진 비조각 발견과 방곽 아궁이를 갖춘 대형 온돌 건물지 등의 조사 성과를 오는 25일 공개한다고 24일 문화재청이 밝혔다. 2014년부터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문화재청)의 하나로 발굴조사 중인 삼척 흥전리사지는 동·서원(東·西院)으로 구성된 대형 산지가람이며, 발굴결과 금당지(金堂址), 탑지(塔址)를 비롯한 주요 시설들이 확인됐다.이미 발견된 ‘국통’(國統, 신라 시대 불교계 최고 승려)이 새겨진 비조각과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청동정병(靑銅淨甁) 등과 궤를 함께하는 중요 유물들이 출토돼, 통일신라 시대 국통과 관계된 위세 높은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금동번(金銅幡)은 깃대에 불교의식에서 사찰의 당우(건물)안팎을 장식하는 장엄구(莊嚴具: 부처의 위대함과 숭고한 정신, 지극한 덕을 중생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아름답고도 엄숙하게 장식물)를 말한다.청동정병(靑銅淨甁)은 승려들이 사용하는 정수(淨水)를 담는 물병으로 대승불교에서 비구가 반드시 몸에 지니는 십팔물( 18物)중의 하나이며, 부처‧보살 앞에 정수를 올리는 공양구이기도 하다.지난 8월 9일 착수한 이번 조사는 청동정병이 출토된 동원 1호 건물지의 서편과 서원 탑지 주변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주요 유구로는 방곽 아궁이를 갖춘 대형 온돌 건물지와 남북으로 긴 측면 1칸의 건물지 1동, 담장, 지정시설 등을 확인했다.특히, 흥전리사지에 주석했던 승려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는 ‘당조장대장경이지함(宋朝將大藏經而至咸)’이 새겨진 비조각과 귀면와(鬼面瓦), 가릉빈가 상수막새 등 통일신라 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이 유물들은 제작기법이나 조형적인 면에서 매우 완성도가 높아서 신라왕경(경주 지역)에서 장인을 파견하여 제작했을 것이라 판단된다.가릉빈가는 경전에 나오는 상상의 새(鳥)를 말하며 범어(梵語)로 'kalavinka'라고 표기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비조각들을 통해 흥전리사지에 주석했던 승려는 김씨 성으로 신라왕경의 명문집안 출신으로 추정된다.그는 당나라에 유학했으며, 당나라 대장경과도 접촉했고, 국통의 지위까지 올랐던 인물이다.현존하는 통일신라 시대 비문 중에서 ‘대장경’이 언급된 것은 ‘대안사적인선사조륜청정탑비’(大安寺寂忍禪師照輪淸淨塔碑) 뿐으로 이번에 출토된 비문 등을 통해 당시 선진문물인 당나라의 대장경에 대한 통일신라 승려들의 접촉과 연구가 지속돼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동원지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통일신라 시대 온돌시설이 확인돼 주목된다. 이번에 조사한 2호 건물지에서는 판석으로 만든 방곽 아궁이와 ㄷ자형 고래 시설을 갖춘 구들이 조사됐다.2호 건물지의 동편에 위치한 1호 건물지에서도 천석으로 만든 방곽 아궁이를 갖춘 온돌 2기가 확인된 바 있다.이와 유사한 형태의 온돌유구가 강릉 굴산사지에서도 조사됐으나 고려 시대로 판단하고 있어서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다.고래 시설은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나아가는 통로를 말한다.흥전리사지는 창건 초기부터 폐사까지 기간이 짧은 탓에 유구가 중복되는 등 변형이 적어 통일신라 시대 건물지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한편, 문화재청은 25일 오후 1시 발굴현장에서 학술자문회의와 정부3.0 서비스정부 추진가치에 따른 현장 공개를 통해 연구자와 지역 시민들에게 우리 문화재의 중요한 가치를 알리고 연구 자료를 제공하는 등 조사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발굴 현장은 강원도 삼척시 흥전리 산92-1번지 일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