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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오랜 기간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이 땅으로 추락했다.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으면서 정경유착의 대명사가 됐다.이를 반증하듯 6일 재계 총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됐다.청문회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재벌 총수를 향해 전경련 탈퇴 여부를 집중 추궁했고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재차 답했다.시원하지 못한 대답이었지만 현대차, SK, LG 등도 의원들의 성화에 탈퇴를 얘기하기도 했다.삼성을 비롯한 5대 그룹이 연간 전경련에 200억원 가량을 기부하는데, 이들이 전경련을 탈퇴한다면 사실상 전경련의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전경련이 특정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우회 지원해 논란을 빚은 데다 이번 사태까지 더해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도 크다.재벌 1세대 때부터 유지돼 온 단체로 정부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며 그간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일각에선 내놓고 있다. 청문회장에서 총수들이 전경련 해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구본무 LG 회장은 전경련에 대해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형태로 바꾸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경련의 해체 보다는 개혁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경련의 해체가 의미하는 바이다. 개혁을 통해 전경련이 이름을 바꾸고 그 형태를 바꿔 순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전경련은 이미 국민들에게 정경유착의 창구로 인식 됐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정경유착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이라는 미명아래 쉬쉬해왔다. 전경련의 해체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경제계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권력에 제공하는 검은 돈 대신 인재 육성과 사업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선순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