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머리는 빌릴 수 있다”며 집권했지만 IMF 국가부도 사태로 임기를 마쳐 ‘머리를 빌리는 것도 머리가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故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칠푼이’라는 막말로 야권 지지층의 환호성을 들을 때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실제 정신 연령은 17~18세 정도”라며 “더 이상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이를 ‘미성숙된 발달’, 심지어는 ‘발달장애 상태’라고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도 ‘과한 비난’이라고 봤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연애(?)를 했다’는 의혹을 일부 매체에서 제기했을 때는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상황이었다면 주인공인 싱글 대통령의 로맨스와 국가적 불행 앞에 시청자로서 복잡한 감정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성형시술을 받느라 마취 상태였기 때문에 참사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때도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청와대 승인 없이 국정이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업보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상황 자체에는 ‘불운’ 탓도 일부 있다”고 생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후 일부 네티즌들이 박 대통령을 향해 “감옥 대신 정신병원 입원이 필요하다”고 비난할 때 역시 한편으로 낄낄대면서도 내심에서는 ‘국가수반에 대한 과한 농담’이라는 심리적 저항감이 조금은 있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연민’이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지난 10일 헌재 답변서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해명’의 전체 취지에서 주장하는 바가 ‘박근혜 대통령은 금치산자나 다름없다’는 고백(?)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대리인단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은 이유를 ‘배가 일부 침몰해 선실 안이 침수됐더라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물에 떠 (선실 내부에) 있을 것이므로, 특공대를 투입해 발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오전 11시 30분께 뱃머리만 남기고 완전히 물속에 잠기고 6시간 뒤였던 그날 오후 5시15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을 때까지 자신에게 전달된 서면보고서를 읽거나 전화 지시를 하는 등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저 상황에 저렇게 애먼 소리를 하고 ‘갇혀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크게 의미 없다’는 답변에 “갇혀 있어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나.
대리인단의 헌재 제출 답변은 2014년 4월 16일 그날 TV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을 지켜본 국민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던 상황을 이해할 ‘지능’이 박 대통령에게는 없다는 의미다. 답변서가 박 대통령 자신의 재가를 받아 제출된 것이 정녕 사실일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일반 국민 정도의 인지능력도 갖지 못한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국정 전체를 좌지우지할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 저런 사람을 ‘훌륭한 여성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앞장선 사람들이 책임져야할 일이다. 그들이 국민을 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