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영원한 꽃할배 배우 이순재의 연기인생 60주년 기념 공연 <세일즈맨의 죽음>(연출:박병수)이 광주, 서울에 이어 대전, 의정부, 수원, 울산, 경주 등 5개 도시 투어를 평균 유료 객석점유율 90%이상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사실상 가장 늦게 예매처를 오픈한 경주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을 비롯한 모든 도시에서 전석매진을 기록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을 통해 자본주의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개인의 인간성 회복을 호소하는 동시에 당시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함께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초연 된지 오래됐지만 공감있는 메시지로 시대와 배경을 초월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1978년, 2000년 그리고 2013년 한국식으로 각색한 <아버지>까지 포함해 총 4번째 ‘윌리 로먼’으로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특별히 이번에는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제작진과 함께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약 3시간에 달하는 긴 공연시간과 주인공인그가 감당해야 할 대사는 580마디로 젊은 배우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양이었지만 누구보다 완벽한 ‘윌리 로먼’의 모습을 보여주며 매회 뜨거운 감동과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또한 이번 무대는 평소 이순재와의 각별한 친분을 자랑하는 많은 배우들의 참여로 그 빛을 더했다. 개인적으로 오랜시간 오누이처럼 가깝게 지내는 배우 손숙은 ‘윌리 로먼’의 부인인 ‘린다’역을맡아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완벽한 연기호흡을 보여줬으며, 이순재가 직접 적극적으로 캐스팅에 나선 중견배우 이문수는 ‘윌리 로먼’의 형인 ‘벤’역할로 분해 매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며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평생의 친구인 ‘찰리’역에는 맹봉학, 김태훈이 열연하였으며 지방투어에서는 정보석(찰리 役), 유연석(하워드 役)이 특별 출연하여 평소 대선배인 이순재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존경심을 표했다. 이번 공연을 추진한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추진위원장:김태훈 배우)’에서는공연 뿐 아니라 기념서적 발간과 영상물도 제작했다. 기념서적은 어느 한 작가가 이순재의 일대기를 정리하기 보다는 기념사업회의 취지에 따라 이순재의 삶 중 다양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이 이순재와의 소회를 나누는 것으로 구성됐다.기념 영상 또한 이순재의 삶을 순차적, 혹은 단계별로 정리하기 보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화두, 특히 대학로의 젊은 배우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순재의 조언을 들어보고 자신은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구성해 이순재가 살아온 예술적 삶이 박물관의 화석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삶의 매뉴얼로서 현재의 우리에게 다가서기를 바랐다.한결같이 겸손함과 절제의 미덕으로 장르 불문하고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배우 이순재. 그는 ‘살아있는 배우 예술’의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흔치 않은 배우로 알려져 있다. 배우로서 창작활동 뿐 아니라 교육활동에도 끊임없이 매진하며 후학들을 위한 확고한 연기교육의 체계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어느 때에는 아주 엄하게 또 때로는 연기창조의 아버지와 같은 따듯한 동반자로서,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환한 등불로서 후학들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 노력하며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많은 후배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안톤 체홉이 100년 후의 인류의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였듯 100년 후의 한국 배우들의 행복과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 시대의 가장 큰 어른이자 참 스승인 배우 이순재의 연기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볼수 있기를 기대해본다.한편, 이순재는 4월에 창작극으로 다시 무대에 돌아올 예정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와 살고있는 노부부의 삶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국민배우 이순재의 새로운 변신을 곧 다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