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거부하면 노대통령 하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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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거부하면 노대통령 하야할듯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1.17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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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칼자루 쥐었다’…국민 여론 열쇠지만, 안되면 대통령의 다음 수는?

‘정치적 승부사’로 불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개헌의 블랙홀이라는 세간의 표현이 맞아 떨어질 정도로 향후 대선 정국은 깊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지지율은 낮지만 노무현이라는 인물은 누가 뭐래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어쩔 도리가 없이 국회에서 심의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권은 ‘좋은 싫든’ 찬반 표결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일단 표결이 끝날 때까지 개헌 논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표결이 끝났다고 논란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다.

◆ 칼자루 뺏은 노 대통령 =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직접 발의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했는데, 이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칼자루가 다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개헌 카드라는 무기가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얼마나 장시간 정국 주도권을 장악토록 할 지는 미지수지만, 낮은 지지도에 임기말의 레임덕 현상까지 겪고 있는 현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창구를 뚫어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개헌안이 최종적으로 가.부결이 결정될 때까지는 여야할 것 없이 정치권은 노 대통령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별담화를 통해 “87년 민주항쟁에서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 헌법은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규범을 담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스스로 개헌 발의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 당장 정치권 전체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20년 만에 한번 오는 기회를 떠내려 보낸다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를 행사할 것임을 밝혔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 공고하면 국회는 60일 이내에 이를 의결해야 한다. 개헌안은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따라서 개헌 발의 시점으로부터 최수 두 달 간은 정국이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과 관련한 국민 여론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그래서 개헌 찬성 여론 확산을 위한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를 출발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와 2년 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2004년과 2005년에 사설과 기자칼럼으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썼다. 어떤 신문은 2006년 말이나 2007년 초가 적기라고 했다”며 “지금에 와선 모두 안된다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4년 중임제 개헌은 평소 지론으로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서의 공약여부는 당내에서 한번 검토해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2004년 3월24일) “중임제는 예전부터 말해온 소신으로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해 보겠다.”(2004년 4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개헌을 반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론이 2년 만에 변한 꼴인데,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소신이 열두 번씩 변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결국 국민 여론이 ‘개헌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눈치다.

◆ 한나라 반발시 ‘하야’ 가능성 = 예상대로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관객이 외면하면 막을 내려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지핀 ‘개헌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개헌정국의 대치가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개헌 정국은 물건너간 얘기가 될 소지가 크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힘’도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이 커지고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개헌 저지선인 99석을 뛰어넘은 127석을 확보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의 협조 여부에 따라 개헌안의 운명이 달려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장윤석 당 인권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한 언행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무 정지를 당했던 대통령”이라며 “그런 만큼 매우 근신해야 할 입장에 있다”고 밝히며 개헌 철회를 촉구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개헌주장은 대통령 자신과 일부 청와대 참모진만을 위한 잔치일 뿐”이라고 비꼬며, “관객이 외면하면 그 무대는 막을 내려야 하고, 노 대통령의 개헌 잔치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만약 한나라당이 끝까지 거부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치권은 노 대통령이 최악의 경우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기단축’이냐, ‘하야’냐. 물론 최악의 상황이자 국가로서 피해야 할 카드는 ‘하야’다.

‘하야’ 가능성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에게 보여준 학습효과 때문이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노 대통령의 그간 발언은 이번에도 ‘하야설’을 뒷받침해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 도와주지 않는다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백인만큼, 실제로 조기 하야 카드는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분야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이기도 하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기 하야’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임기 단축은 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로 권한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개헌안)여기에 신임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신 ‘개헌을 위해 탈당은 검토해보겠다’며 개헌에 대한 큰 합의를 정치권에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탈당’ 발언 뒤, 여권에서 쭉 논의돼 왔던 여권발 정계개편과 신당 창당 논의는 완전히 뒷자리로 밀려났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상승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노 대통령이 정말 임기 단축 및 하야를 들고 나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이 같은 카드를 제시할 경우 두 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개헌에 찬성하느냐’ 아니면 ‘대선을 앞당기느냐’.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모종의’ 의도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정치권의 모든 상황을 여야 혼란으로 유도시키고 결국 정권창출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넌지시 꺼내들고 있다. 이런 가정이 맞아 떨어질 경우, 지난 2002년 다잡은 고기를 놓친 경험을 접한 한나라당은 또다시 정권 창출 실패라는 쓴맛을 보게 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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