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서치 전문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대표 김진국)는 16일 ‘르노삼성, 자동차 품질경쟁력 아성 흔들리나?’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품질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수입차가 국내업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제품품질 측면에서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고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르노삼성의 품질경쟁력은 전반적으로 국내 경쟁업체 대비 우위에 있으나, 부문별로 역전을 당하거나 추격을 허용하고 있어 굳건했던 아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마케팅인사이트는 밝혔다.
마케팅인사이트가 2001년부터 매년 7월에 실시해온 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기획조사의 2010년도 조사(표본규모 10만6291명)에서 르노삼성은 8개 부문 중 6개에서 국내 5개 업체 중 1위(공동 1위 포함)를 차지해 경쟁사들을 앞섰다. 현대는 초기품질(공동 1위)과 내구품질의 2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아자동차(이하 기아)는 디자인 부문에서 1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입차는 제품품질과 관련된 3개 부문에서 모든 국내업체를 앞서고 1위를 차지해 경쟁력이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마케팅인사이트의 자동차 고객만족도 조사는 제품품질과 서비스품질 영역으로 나뉘며 제품품질에는 초기품질, 내구품질, 상품성, 디자인의 4개 부문이 있고, 서비스품질 영역에는 영업만족도와 애프터서비스(이하 A/S) 만족도가 있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체감만족률과 품질스트레스가 있다.
제품품질
제품품질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몇 종류의 문제점이나 하자를 경험했는지를 평가해 측정되며 차량 1대당 평균은 ‘건’으로, 100대 당 평균으로는 ‘PPH’(Problems Per Hundred Vehicles)가 측정단위다. 사용기간에 따라 초기품질(평균 3개월 사용)과 내구품질(평균 3년 사용)로 나뉘며, 수치가 적을수록 좋다.
이외에 상품성과 디자인평가가 있는데 상품성은 제품이 기능, 성능, 디자인 측면에서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최근 구매자가 평가하는 것이고, 디자인은 제품구입자가 아닌 잠재고객이 제조사 홈페이지에 제시된 이미지를 평가한 것이다. 이 두 부문은 수치가 클수록 좋다.
초기품질(전체 응답자 수: 4951명); 새차의 초기품질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1.90건이었다. 즉, 새차를 구입한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소비자(평균 3개월 사용)들은 그 기간 동안 평균 1.90건의 문제점, 결함, 하자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도 1.80건, 2009년도 1.67건에서 증가한 것으로 09년 하반기부터 잇따라 출시된 신차들의 초기품질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현대와 르노삼성 소비자들이 평균 1.68건(168PPH)의 문제점을 지적해 공동 1위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기아 2.06건, 지엠대우자동차(이하 지엠대우) 2.24건, 쌍용자동차(이하 쌍용) 2.32건의 순이었다.
현대와 르노삼성은 2005년부터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거듭한 가운데 금년에는 처음으로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한 범주로 묶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수입차는 1.63건으로 나타나 근소한 차이로 국내 1위인 두 업체를 앞섰다.
내구품질 (전체 응답자 수: 6643명); 사용한지 평균 3년이 경과한 차(2007년 구입)의 문제점 수를 세는 내구품질은 이번 조사에서 3.96건을 기록한 현대가 1위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에 처음으로 르노삼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현대는 올해 르노삼성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격차를 조금 더 벌리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4.15건의 르노삼성, 3위는 4.44건의 기아였으며, 그 다음은 4.72건의 쌍용, 5.20건의 지엠대우 순이었다.
내구품질을 처음으로 측정한 2002년의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7.10건이었으나 꾸준히 감소해 60% 수준인 4.29건이 되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국산차들의 내구품질에도 꾸준한 개선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수입차는 평균 3.03건으로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1위 현대를 앞섰다
상품성 (전체 응답자 수: 8715명); 상품성은 문제점 수와는 달리 새 자동차의 기능, 성능, 디자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지난 1년간 차를 구매한 소비자로부터 평가 받은 것이다. 르노삼성이 600점(1,000점 만점)으로 08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지켰고, 그 다음은 지엠대우 570점, 현대 546점, 쌍용 530점, 기아 520점의 순이었다.
지엠대우는 작년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는데 이는 주력 모델인 라세티 프리미어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상품성이 동급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상품성에 대한 평가는 대형 고가차가 높고 소형 저가차는 낮다. 대형 고가차가 다수인 수입차는 예상대로 국산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그 차이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수입차가 703점으로 국내 1위인 르노삼성을 100점 이상 앞섰다는 것은 국산차의 상품성에 개선의 여지가 많음을 보여준다.
디자인 (전체 응답자 수: 1만2027명); 올해 처음으로 평가된 지표로써 각 자동차 업체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델들의 디자인 이미지가 얼마나 우수한가를 해당 모델의 잠재고객들로부터 평가 받은 것이다.
기아가 751점(1000점 만점)으로 1위였으며, 그 다음 현대(743점), 지엠대우(719점), 르노삼성(718점), 쌍용(706점)의 순이었다. 기아의 경우 최근 출시된 Sportage R, K5, K7 등 신차들이 상위권에 위치하면서 순위를 1위로 이끌었다. ‘디자인 기아’가 잠재소비자로부터 인정을 받은 셈이다.
2010년 상반기 판매량 Top 30 모델만 대상으로 평가된 수입차는 728점으로 국내업체의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비스품질
서비스품질은 영업과 A/S가 중심이다. 영업만족도는 지난 1년간 직접 새차를 산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A/S만족도는 지난 1년간 직접 각 사의 서비스네트워크를 이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영업만족도 (전체 응답자 수: 9827명); 지난 1년간 직접 새차를 산 적이 있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1,000점 만점으로 산출한 영업만족도의 산업평균은 763점, 국내업체 중에서는 르노삼성이 803점으로 1위였다.
그 다음은 쌍용 781점, 현대 763점, 지엠대우 758점, 기아 744점의 순이었다. 지난 9년간 국내업체 중 1위를 내준 적이 없는 르노삼성은 유일한 800점대였으나, 2위와의 차이는 09년 41점에서 올해 22점으로 크게 줄었다. 수입차는 796점으로 전년도(798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르노삼성과의 격차를 줄였다.
A/S만족도 (전체 응답자 수: 4만2165명); 지난 1년간 각 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1,000점 만점으로 산출한 A/S만족도는 르노삼성이 826점으로 가장 앞서 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지엠대우(813점), 쌍용(804점), 현대(792점), 기아(783점) 순으로 따랐다.
국내 5개 업체와 수입차 모두 전년도 대비 개선된 결과를 보여 산업평균은 전년 대비 12점 상승한 798점으로 800점대에 육박했다. 2002년 이후 2009년까지 800점대는 르노삼성이 유일했던 것에 비해 올해 산업평균이 800점대에 근접했다는 것은 A/S만족도가 월등히 향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지엠대우와 쌍용의 선전이 크게 기여했다. 전년 대비 각각 26점, 24점이 상승한 지엠대우와 쌍용은 동시에 처음으로 800점대를 넘어서며 산업평균의 상승을 이끌었다.
르노삼성은 작년에는 2위 지엠대우를 39점이라는 큰 차이로 앞섰으나, 올해는 그 격차가 13점 차이로 줄면서 불안한 9년 연속 1위의 타이틀을 지켜냈다. 초기품질, 내구품질 등의 제품품질에 이어 굳건했던 A/S만족도 부문에서도 강력한 경쟁사가 등장했다. A/S에서 르노삼성은 지엠대우나 쌍용이 넘볼만한 사정권 안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수입차는 808점으로 르노삼성과 지엠대우에는 미치지 못했다.
종합만족도
각 부문에 대한 평가를 받은 다음에 종합적인 고객만족도라 할 수 있는 품질스트레스와 종합체감만족률을 구했다. 평균 1년 동안 새차를 운행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자동차와 관련해 어떤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 품질스트레스 점수를 구했다.
그리고 지난 6개월간 새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 그 회사의 제품, 회사 정책, 서비스 등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를 10점 척도로 묻고, 10점 만점에 8, 9, 10점을 준 사람들의 비율로 종합체감만족률을 구했다.
품질스트레스 (전체 응답자 수 1만187명); 소비자들이 지난 1년간 경험한 자동차 품질스트레스의 산업평균은 1.38건이었다. 르노삼성 소비자들이 평균 1.06건으로 가장 적게 겪었고, 현대가 1.36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기아 1.42건, 지엠대우와 쌍용 1.56건의 순이었다. 수입차는 산업평균과 같은 1.38건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는데, 이는 높은 유지관리 비용 때문이다.
종합체감만족률 (전체 응답자 수: 5118명); 6개월 이내에 새 차를 구입한 소비자 중에 ‘종합적으로 만족한다’(10점 만점에 8‐10점 부여)는 45.1%에 불과해, 작년(48.3%)에 이어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의 기대와 큰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르노삼성이 60.0%로 1위를 차지했고, 큰 차이를 두고 현대(42.9%), 지엠대우(41.6%), 기아(40.0%), 쌍용(33.0%)이 그 뒤를 따랐다. 9년 연속 1위인 르노삼성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하며 유일한 60%대를 지켜냈으며, 경쟁사들은 모두 45% 이하에 머물러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국내 5개 업체 중에서는 지엠대우만 유일하게 상승했다. 수입차는 63.2%로 1위 르노삼성을 3.2%p의 차이로 앞섰다.
지금까지 다룬 8개의 품질지표에서 나타난 결과를 자동차 회사 중심으로 요약하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르노삼성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여전히 국내업체 중 1위였으나, 내구품질은 2년 연속 현대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고, 초기품질도 현대와 공동 1위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과거 8년 동안 수입차를 포함해 경쟁자가 없다고 할 수 있었던 영업과 A/S 서비스 부문에서도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종합체감만족률에서는 현격한 차이로 1위를 지켜가고 있지만, 여러 하위 부문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분명 르노삼성에게는 더 이상 현 상황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지엠대우는 국내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7개의 품질지표(처음 평가된 디자인 제외) 모두에서 전년도에 비해 개선된 성과를 보였다. 특히 상품성과 A/S만족도 부문에서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상품성의 경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연속 최하위, 작년 4위로부터 올해 2위로 올라선 것은 주목할만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경차가 판매량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라인업에 2‐3년 전부터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상품성 부문에서의 지속된 선전을 기대케 한다.
A/S만족도 부문에서의 성장은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위에도 올라본 적이 없었던 지엠대우는 작년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하더니, 이번 조사에서 단숨에 800점대를 돌파하며 1위 르노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8년간 유일하게 800점대 이상을 유지하면서 2위 기업과 최소 24점 이상의 월등한 차이를 두고 1위를 해오던 르노삼성을 13점차 까지 압박을 한 점은 놀라운 성과이다. 이 부문에서의 지엠대우의 선전이 일회성에 그칠지, 르노삼성과 양강 체제로 돌입하는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사 설계의 개요]
▪ 조사 수행 기관: 마케팅인사이트(www.mktinsight.co.kr)
▪ 조사 성격: 기획조사(Syndicated study)
▪ 모집단: 전국의 e‐mail 사용자 중 자동차 보유자
▪ 조사 시점: 2010년 7월
▪ 자료 수집 방법: 온라인 우편조사 (e‐mail survey)
▪ 조사 규모 : 총 응답자 106,291명 자동차 보유자 10만1159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