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스타] 해병 중위 출신 국회의원 민주당 신학용 의원 “6개월전 암호문이 기밀이라고?”
[매일일보=이한듬 기자] 4일 시작된 ‘2010년도 국회 국정감사’가 20일 일정의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한 ‘대형 국감스타’가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일부 제기되기는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활약을 펼쳐 주목을 받는 의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을 들 수 있다.
신 의원은 국감 시작 첫 날부터 국방부가 쉬쉬해온 천안함과 제2함대사령부의 교신 암호문 내용을 공개, 국방태세의 안이함을 지적한데 이어 ‘장군의 아들 꽃보직 논란’, ‘군내 하극상 사례’를 잇따라 폭로하며 연일 국방부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감의 금메달 감”이라는 찬사가 이어질 정도다.
연일 매를 맞고 있는 국방부는 신 의원이 천안함 교신 암호문 공개를 공개한 후 즉시 기무사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응수하면서 역공에 나섰지만 신 의원은 이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듯 오히려 날을 바짝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천안함 교신문 공개’, ‘장군의 아들 꽃보직’, ‘군 기강 해이’ 폭로 파상공세
연일 계속되는 날카로운 ‘송곳질의’…“국정감사 일등공신·금메달 감” 호평
6개월전 암호문이 군사 기밀?
질의에 대해 “당시에는 (설마 우리를 공격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한 김 장관은 곧바로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심각한 정보 누설로, 이 내용은 암호 문서로 오고 간 내용”이라며 “지금 이 내용도 위성을 통해 북한에 캐치된다. 암호문에 대한 내용을 이렇게 말하면 암호가 풀릴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김 장관의 이의제기에 일부 여당 의원들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 등은 교신내역 암호문 공개는 군사기밀 유출에 해당된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사안의 본질은 사라진 채 논쟁은 ‘군사기밀 유출 공방’으로 번졌다.이와 관련 신학용 의원은 이튿날인 5일 아침 민주당 원내대책 회의에서 “저도 해병 장교 출신으로, 제가 근무할 때 암호체계는 한 달에 한 번씩 바꿨다”며, “그렇지 않으면 금방 해독하기 때문에, 매월말 새로운 암호체계로 이뤄졌다”고 ‘기밀유출’ 주장을 일축했다.신 의원은 “확인해 보니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안 돼 암호체계를 새롭게 변경했다고 한다”며,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암호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특히 군사기밀 유출을 주장하는 국방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에 대해 “국감활동을 위축시키고 제동을 걸어보겠다는 작태”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장군의 아들’들은 ‘꽃보직’
“계급장 떼고 한 판 할까요?”
국감 일정이 없었던 6일 하루를 쉬고, 7일 재개된 국감에서도 신 의원의 송곳 같은 군 내부 문제 지적은 이어졌다. 이날 신 의원은 해마다 군부대의 하극상이 증가하고 있어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주로 병사들 사이에서만 나타났던 항명, 상관 폭행·협박, 지시불이행 등의 하극상이 ‘군면제 정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장교, 부사관, 군무원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신 의원은 “하극상이 영관급 장교에서부터 준사관, 부사관, 병사, 심지어 군무원까지 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결국 간부와 사병 모두 군 기강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극상이 만연하면 결국 지휘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방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군 기강 확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신학용은 국감 금메달 감”
한편 신 의원이 군 내부 문제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해병 장교(해간 58기 중위) 출신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부 인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해병 출신이기 때문에 군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와 각종 문제점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신 의원은 “어느 누구보다도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의정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공언한다.군 내부 문제를 국민의 알권리와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화두에 맞춰 제시한 그의 이번 국감 행보는 이러한 공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생활정치’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그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신 의원의 국감 활약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회 국감 금메달은 민주당의 신학용 의원”이라며 찬사를 보냈고, 동료 의원들 역시 “장교 출신으로 군 문제에 동물적 감각이 있다”고 호평했다.동료 의원들의 찬사를 받은 신 의원은 “군 안보 태세, 국방 현대화와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며 “국감 초반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