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해병, 국방부를 저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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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해병, 국방부를 저격하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0.10.19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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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스타] 해병 중위 출신 국회의원 민주당 신학용 의원 “6개월전 암호문이 기밀이라고?”

▲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
[매일일보=이한듬 기자] 4일 시작된 ‘2010년도 국회 국정감사’가 20일 일정의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한 ‘대형 국감스타’가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일부 제기되기는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활약을 펼쳐 주목을 받는 의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을 들 수 있다.

신 의원은 국감 시작 첫 날부터 국방부가 쉬쉬해온 천안함과 제2함대사령부의 교신 암호문 내용을 공개, 국방태세의 안이함을 지적한데 이어 ‘장군의 아들 꽃보직 논란’, ‘군내 하극상 사례’를 잇따라 폭로하며 연일 국방부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국감의 금메달 감”이라는 찬사가 이어질 정도다.

연일 매를 맞고 있는 국방부는 신 의원이 천안함 교신 암호문 공개를 공개한 후 즉시 기무사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응수하면서 역공에 나섰지만 신 의원은 이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듯 오히려 날을 바짝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천안함 교신문 공개’, ‘장군의 아들 꽃보직’, ‘군 기강 해이’ 폭로 파상공세
연일 계속되는 날카로운 ‘송곳질의’…“국정감사 일등공신·금메달 감” 호평

지난 4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신학용 의원은 천안함 사건 당일인 지난 3월26일 천안함과 평택의 제2함대사령부간에 오간 암호문 내용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신 의원에 따르면 교신문에는 ‘남포에서 연어급 잠수정 1척, 해주에서 예비모선 4척, 남포에서 예비모선 2척이 미식별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우리 군이 미리 북한군의 이상 이상동향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북한군의 이상동향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서해상에 모여있던 한미 연합군 전력이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동안 군과 정부가 내세웠던 변명이 모두 무력화되고 마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그러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러한 질의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회피한 채 신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꼬투리잡기로 대응했다.

6개월전 암호문이 군사 기밀?

질의에 대해 “당시에는 (설마 우리를 공격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한 김 장관은 곧바로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심각한 정보 누설로, 이 내용은 암호 문서로 오고 간 내용”이라며 “지금 이 내용도 위성을 통해 북한에 캐치된다. 암호문에 대한 내용을 이렇게 말하면 암호가 풀릴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김 장관의 이의제기에 일부 여당 의원들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 등은 교신내역 암호문 공개는 군사기밀 유출에 해당된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사안의 본질은 사라진 채 논쟁은 ‘군사기밀 유출 공방’으로 번졌다.이와 관련 신학용 의원은 이튿날인 5일 아침 민주당 원내대책 회의에서 “저도 해병 장교 출신으로, 제가 근무할 때 암호체계는 한 달에 한 번씩 바꿨다”며, “그렇지 않으면 금방 해독하기 때문에, 매월말 새로운 암호체계로 이뤄졌다”고 ‘기밀유출’ 주장을 일축했다.신 의원은 “확인해 보니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안 돼 암호체계를 새롭게 변경했다고 한다”며,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암호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특히 군사기밀 유출을 주장하는 국방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에 대해 “국감활동을 위축시키고 제동을 걸어보겠다는 작태”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장군의 아들’들은 ‘꽃보직’

신 의원은 천안함 교신 암호문을 공개한 하루 뒤인 5일 국감에서도 이른바 ‘장군 아들들의 꽃보직 논란’으로 군의 허를 찔렀다.세간의 화제를 모은 이 주제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외교부장관 딸 특채파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신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역 장성의 아들들은 일반 사병보다 비교적 편한 부대나 주특기를 받은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우선,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는 장군의 아들 39명(훈련병 2명 포함) 중 해외 파병자는 6명(약 1/6.5)에 달했다. 해외 파병 장병은 월급 외 수당을 받고 있으며, 과거 자이툰부대의 경우를 보면 병사 기준 월 1809달러(약 203만원)의 기본수당에 위험도에 따라 기본수당의 135%를 추가로 받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레바논 평화유지군 동명부대의 평균 경쟁률이 11대1에 달할 정도로 선발되기 쉽지 않고, 전체 사병 중 해외파병자는 1%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군 자제의 해외 파병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다.더 이상한 점은 이들 ‘장군의 아들’ 출신 해외파병자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여겨지는 레바논과 아이티에만 집중되고, 위험지역으로 여겨지는 아프가니스탄·자이툰 부대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으로, 혜택은 누리면서 위험은 피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지적이다.신 의원은 또한 “군 장성의 자제들이 일반 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양호한 주특기를 부여받고 있다”며, 통계자료를 근거로 제시해 국방부 관계자들의 진땀을 빼게 했다.현역 장성의 자제 중 자대 배치된 육군 사병 32명 중 6명(18.7%)만 보병, 포병, 기갑병 등 전투병과에서 근무, 전체 육군 전투병 비율은 50%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보급병과 군약병, 복지지원병, 시설관리병, 군종병, 창고병, 통역병, 전산운영병, 배차병 등 이른바 ‘땡보직’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해군으로 복무중인 5명 가운데 해병대 복무자 1명을 제외한 4명 중 3명이 해군사령부 보급창, 전투병과학교 등지에서 육상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대해 신 의원은 “누가 보더라도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군의 아들들이 일반 사병들보다 더 나은 여건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도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계급장 떼고 한 판 할까요?”

국감 일정이 없었던 6일 하루를 쉬고, 7일 재개된 국감에서도 신 의원의 송곳 같은 군 내부 문제 지적은 이어졌다. 이날 신 의원은 해마다 군부대의 하극상이 증가하고 있어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주로 병사들 사이에서만 나타났던 항명, 상관 폭행·협박, 지시불이행 등의 하극상이 ‘군면제 정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장교, 부사관, 군무원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신 의원은 “하극상이 영관급 장교에서부터 준사관, 부사관, 병사, 심지어 군무원까지 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결국 간부와 사병 모두 군 기강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극상이 만연하면 결국 지휘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방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군 기강 확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학용은 국감 금메달 감”

한편 신 의원이 군 내부 문제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해병 장교(해간 58기 중위) 출신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부 인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해병 출신이기 때문에 군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와 각종 문제점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신 의원은 “어느 누구보다도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의정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공언한다.군 내부 문제를 국민의 알권리와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화두에 맞춰 제시한 그의 이번 국감 행보는 이러한 공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생활정치’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그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신 의원의 국감 활약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회 국감 금메달은 민주당의 신학용 의원”이라며 찬사를 보냈고, 동료 의원들 역시 “장교 출신으로 군 문제에 동물적 감각이 있다”고 호평했다.동료 의원들의 찬사를 받은 신 의원은 “군 안보 태세, 국방 현대화와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며 “국감 초반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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