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경그룹, 270억원 소송 맞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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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경그룹, 270억원 소송 맞은 내막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0.11.19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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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대리인 답변서 인용해라”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재계 50위권에 드는 애경그룹이 구로 애경백화점 옆 나인스에비뉴 상가 수분양자들과 수년째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도 이들 중 일부가 애경이 과거 소유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허위과대 광고를 일삼고, 위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 조성한 의혹을 제기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애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경과는 무관하다는 것.

어찌된 영문인 지 <매일일보>이 알아봤다.
 

지난 7월23일 구로 나인스에비뉴(9th avenue) 상가 수분양자 458명은 애경유지공업(주) 외 2개사를 상대로 2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수분양자들은 매달 1억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으며, 상가를 매도하려고 해도 분양가의 20%에도 팔리지 않는다며 이 사태의 주범인 애경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체 이들은 왜 애경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 구로 나인스에비뉴 상가 수분양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과 애경 측 대리인 법무법인 율촌의 답변서.

애경이 책임 져야하는 이유

사연은 이랬다. 지난 2000년 애경은 서울 구로역 AK플라자(구 애경백화점) 옆 여성전용주차장 11,359㎡(3,400여평) 부지를 개발 계획했다. 일명 ‘구로프로젝트’(혹은 애경게이트웨이플라자). 

이후 애경은 모기업 애경유지공업 소유의 개발 부지를 그룹 지주회사이자 부동산 개발회사인 ARD홀딩스에 양도했다. 

▲ 애경 장영신 명예회장과 채형석 총괄부회장.

당시 이 회사의 대표는 현 애경그룹의 채형석 총괄부회장이었다. 채 부회장은 재계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장영신 회장의 장남이다.  

채 부회장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제2의 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채 부회장의 호언장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삼성플라자를 인수하고, 역세권 개발을 통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거기에다 저가항공사 설립과 부동산 관련 회사를 잇달아 설립했다.

구로프로젝트는 채 부회장의 첫 작품이었다. 채 부회장은 구로 애경백화점과 연계한 대규모 개발 계획 아래 사업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애경백화점에 수영장을 없애고, CGV를 유치시키는 한편 한류 상품을 입점시켜 종합쇼핑센터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

구로 애경백화점 여성전용주차장 부지에 건립할 지하 5층, 지상 36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역시 애경백화점과 연계해 서남부권을 대표하는 지역 상권과 한류 메카로 건설하려고 했다.

 

▲ 애경타운 조감도.

이 주상복합건물은 지하 5층부터 지상 4층까지 상가 부분으로 이루어졌고  ‘구로 나인스에비뉴’란 이름이 붙었다. 나머지 지상 5층부터는 아파트 부분으로 ‘구로 GS자이’였다.  

2003년 분양 당시 수많은 언론매체에서도 나인스에비뉴에 대해 대서 특필했다. 당시 D신문에 실린 기사와 광고를 보면, 서남부 개발상권의 대표주자인 ‘나인스에비뉴’는 GS건설(구 LG건설)과 AKE&C가 책임시공하고, 자금관리는 우리은행이 맡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실려 있다.

때문에 당시 분양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 대부분이 대형 시공사와 애경그룹이 사업주체인 만큼, ‘수익 보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로 인해 나인스에비뉴는 분양한 지 두달여 만에 약75%라는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상가 분양 시장은 최악이었음을 감안할 때, 최고의 분양률을 기록한 것이었다. 

▲ D신문에 실린 구로 나인스에비뉴 분양 광고.

애경의 비자금 조성 의혹

그로부터 5년이 흘러 2008년 나인스에비뉴는 완공됐다. 그런데 준공이 났음에도 불구 아파트 입주를 제외하고 상가 입주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당시 1800여명에 달하는 상가 수분양자들 중 일부가 분양 광고와 달리 애경백화점과 연계되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시행사와 애경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입주가 늦춰졌다. 또 이들 중 일부는 급기야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애경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한 의혹을 제기한 것.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지난 2003년 10월 분양 직전에 ARD홀딩스가 개발 부지를 조그만 부동산 개발회사에 매각한 사실이었다. 그 회사는 (주)나인스에비뉴였다.

당시 수분양자들은 상가명이 나인스에비뉴인 줄로만 알았지, 아무도 시행사의 이름이었는지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분양 카달로그 상에서도 시행사에 관한 설명은 전무했기 때문.

더구나 각종 신문 기사 및 광고에서도 버젓이 애경그룹 자회사인 ‘애경AKE&C’가 책임시공, 관리한다고 나와 있어 사업 주체는 당연히 애경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분양 직전에 애경은 (주)나인스에비뉴에 890억원에 부지를 매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 금액도 의심을 샀다. 애경이 자체 개발하면 적어도 4,300억원 이상의 분양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90억여원에 부지를 매각한 것은 비자금을 조성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AKE&C(현 원탠이앤씨)가 그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2008년 9월4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구로 애경백화점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줄줄이 엮여 들어갔다. (주)나인스에비뉴의 대표 권모씨를 비롯해 나인스에비뉴의 실질 사주인 (주)밀라트산업개발의 대표 강모씨 마지막으로 애경그룹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검찰의 부름을 받고 불려 들어갔다.

특히 채 부회장은 나인스에비뉴 대표 권모씨로부터 PF대출을 도와주는 대가로 6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채 부회장은 회사자금 20억원을 개인용도로 빼돌려 사용한 혐의와 2005년 11월 대구 유천동에 있는 대한방직의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대한방직 설범 회장에게 15억원을 건넨 혐의를 동시에 받았다.

검찰은 2008년 12월 채 부회장을 구속 기소시켰다.

하지만 이후 재판부는 채 부회장에 대해 회사 공금 20억원을 횡령한 것과 대한방직 설범회장에 15억원을 건넨 혐의만 인정,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부여했다.

이후 채 부회장은 올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유전무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거 소송과 별반 다를 게 없어

하지만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결과는 어떠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사 나인스에비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소송은 원고 패소 결정 났다.

그런데 또다시 상가 수분양자 중 일부가 이번엔 애경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상가 수분양자들 일부가 제기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애경 역시 이점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 소송 제기한 수분양자들 일부가 주장하는 내용은 과거 수분양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 제기한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애경그룹 홍보실 이재이 차장은 “이번 소송에 대해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애경 소송 대리인의 답변서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로 인용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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