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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인터넷에서 ‘여성용 트렁크’를 사는 여자가 많다. 우리닷컴은 지난달 ‘해피앤코 여성용 트렁크’를 200여장이나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0% 이상 증가한 매출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여성용 트렁크는 없었다. 대신 남자 팬티를 입는 여자가 많았다.속에 뭘 입었느냐고 질문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물어보면 의외로 상당수 여성이 남성 팬티 차림이었다. 남자 팬티를 걸친 여성은 대개 기혼자다.미혼녀는 “망측, 끔찍스럽다”며 “그런 몰상식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화들짝 놀랐다.그러나 결혼과 출산은 여성의 정신·육체적 예각을 둔각으로 서서히 변화시키게 마련이다.단순한 몸무게 증가 이상으로 “몸매가 이상하게 망가진다”는 하소연이다. 두살배기 딸을 둔 20대 후반의 주부의 진술. “대학시절 우리 집에 다니러 온 친척 아주머니가 기운 남자 속옷을 입은 것을 보고 치를 떨며 혐오한 기억이 새롭다.그런데 요즘은 내가 남성용 팬티를 입는다.물론 기운 것은 아니다.” 그녀는 친정에 놀러갔다가 딸 아이가 바지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남자 조카의 팬티로 갈아입힌 뒤 귀가하면서 또 한번 웃었다.당시 자신도 남자팬티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러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응급실에서 모녀가 무슨 망신이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30대 초반 주부도 “임신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맞는 팬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남편의 트렁크 팬티를 입어봤더니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둘째 애를 밴 옆집 새댁도 역시 남자 팬티를 입는다”고 했다. 남자가 치마 입는 것과 같은 이런 행위는 전적으로 여자 팬티 자체의 결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말 그대로 손바닥 만한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입는 게 아니라 ‘끼운다’는 표현이 한결 정확할 정도라며 주부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배를 눌러주는 덧댐 천, 히프를 받쳐주는 고탄력 원단, 겉옷에 팬티 선이 드러나지 않게끔 끝단을 레이스로 처리한 여자 팬티는 답답하기만 하다”, “아무리 커봤자 남자 것 만큼은 안된다”, “부인용 팬티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이름 있는 메이커에서는 아예 큰 것을 안 만든다.여성용 빅사이즈는 시장 좌판에나 있을까”, “요즘 남성용 팬티 중에는 앞이 트이지 않은 것들도 많지 않은가”, “남자 팬티는 박하지 않고 널찍하다.재단부터 넉넉해서 좋다”, “임신부는 아마 모두 남자 팬티를 입고 있을거다” …. 이러한 원성 겸 부러움이 수요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업자들은 남자팬티처럼 생긴 여성용 트렁크를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 신동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