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주식부자 ‘LG’서 싹쓸이...17세 구모군 주식 200억원어치 소유
[139호 경제] 자녀에게 지분을 세습(世襲)하는 바람이 재계에 거세다. 한국 기업들은 하나같이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가족 중심의 문화’를 유독 강조하며 자녀에게 사실상 기업 물려주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기업은 당연 ‘LG’. 이 기업의 경우 분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풍’을 의식한 것처럼, 분가해나간 형제들, 2세들 심지어 3세들에게까지 지분을 주고 있다. 알려진 바대로 LG家 구본무 LG회장 일가의 가풍은 ‘가족 간의 인화(和人)’다. LG는 이 같은 ‘가풍’을 반드시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나 한 듯, 미성년자까지 포함한 가족들에게 주식을 넘기고 있는 양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재벌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단순한 ‘부의 세습’을 넘어, 향후 경영권까지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7, 8세 미성년자도 ‘주식부자’= 지난 달 31일 방송된 MBC ‘뉴스후’에선 경영권 세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리나라 재벌가의 행태가 보도됐는데,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LG’였다.
‘뉴스후’는 이날 방송에서 현재까지 총 45명으로 집계된 ‘미성년자(1989년 1월 이후 출생한 만 19세 미만) 주식부자’ 가운데 무려 10명이 LG라는 점을 강조해, LG는 현재 시청자들로부터 ‘가족경영만 중시하는 LG의 가풍’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 방송은 또 남산 사립 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구모(13)양이 현재 LG그룹 주식 25억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LG가 경영 세습에 대한 입지를 굳히기 위해 10대 가족들에 대해 애뜻한 사랑(?)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지난 2003년 LG카드 주식 사전매각 의혹을 받은 친.인척 중 5명이 ‘10대’였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재계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지난 달 27일 공개한 ‘대한민국 미성년자 주식부자리스트’에 따르면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딸<장녀 연제양(16), 둘째딸 연주양(10)>들은 둘이 합쳐서 117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아들 웅모(17)군 역시 (주)LG 주식만 200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고, 비상장 회사인 희성전자 주식도 8만1275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닷컴은 앞서 같은 달 11일에도 ‘주식부자’ 500명을 가문별로 집계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직ㆍ방계(형제ㆍ조카 등) 가족은 37명에 달해 1위로 등극한 바 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주식보유액은 8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의 세습=경영권 안전하게 확보’= 이와 관련 ‘뉴스후’측은 방송에서 “일찌감치 미성년자들에게 주식을 넘기는 것은 단순한 ‘부의 세습’뿐 아니라 향후 경영권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피가 섞인 가족들에게 주식을 많이 배분함으로써 향후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들이 성장한 뒤 주식을 넘길 경우,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이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 역시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미성년자들에게 지분을 서둘러 세습하는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한 경제전문가는 이와 관련 “주식을 한꺼번에 넘기게 될 경우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비난의 여지가 커지게 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미성년자의 주식보유가 늘어나게 된 현상은 2~3년 전부터 나타났다”며 “재벌가 쪽에서 예전과 달리 증여를 빨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분석은 편법증여와 관련해 최근 2년여 간 논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문제와 무관하지 않는데 즉, 삼성측이 지분세습을 한꺼번에 하려다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결국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그 시점부터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에 대해 “대기업들의 이 같은 의도가 올해부터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비난의 목소리 커진다= 한편 미성년자들이 이처럼 ‘주식부자’로 등극하면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고, 경제 전문가들은 재벌들의 이 같은 세습행태가 문제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후’와의 인터뷰에서 “쌀 때 주식을 넘겨주고 편법과 불법과 합법 사이의 회색지대를 오가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여러가지 전략들을 취하고, 그럼으로써 세금을 덜 내고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꼬집었다.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 “경영권은 세습의 대상이 아니”라며 “능력과 자질을 무시하고 오로지 피붙이라는 이유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경영권을 세습한다면 이는 기업은 물론 국민에게도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