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CEO들 잇따라 자신만의 해석 내놔
[140호 경제] “이건희 회장은 모든 것에 대해 왜? 왜? 왜? 세 번 이유를 묻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Think and Innovation)이 창조경영이다.”(디지털미디어총괄 박종우 사장)
“제1의 물결을 공급자 중심의 ‘농경사회’, 제2의 물결을 효율경영을 추구하는 ‘공업사회’, 제3의 물결을 ‘지식사회’로 본다면 제4의 물결은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경영’이다.”(경영지원총괄 최도석 사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주창한 ‘창조경영’이 그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에 그룹 내에서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창조경영’이 그룹 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는 윤종용 부회장, 박종우 사장, 최도석 사장 등 임원진들이 임직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통해 창조경영의 의미와 내용을 설파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공유 중이다.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최도석 사장은 지난 11일 “창조경영은 기존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이라며 “삼성은 최고경영자부터 고졸사원까지 창조경영을 습득 중”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구체적으로 “지식과 정보경영이 제3의 물결이라면 창조경연은 제4의 물결인데, 앞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모든 상품을 비교해서 사는 ‘고객’이 소비를 주도할 것”이라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창조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제품의 가격보다는 고객의 가치가 중요시된다는 것이다.그는 이를 두고 “1990년대에는 다른 기업의 선진 경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21세기의 무한경쟁 시대에는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최 사장은 또 최근 경매에서 최고가인 25억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사람들’을 언급하며 “그림의 가격은 30만원, 원가는 10만원일 수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림의 가치를 25억원으로 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조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임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을 통해 창조경영의 의미를 전달했고, 디지털미디어총괄 박종우 사장도 “창조경영은 이미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높은 가치 인정받는 제품 생산해야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0년 세계 초일류회사라는 비전 달성의 해법은 창조경영에 있다”며 “수많은 임직원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임원진들이 이처럼 각자 창조경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파하는 이유는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에 대한 어젠다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결국 이 회장이 화두를 던짐으로 인해 그 개념을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재정립하는 과정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창조경영’에 대한 임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창조경영은 시장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요악될 수 있다.어찌됐건 이 회사 CEO들은 자신들이 해석한 창조경영을 전파하고 구체적인 제품으로 개발하는데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창조경영이 조직 내부로 어떻게 확산될지 또 어떤 경영 성과를 가져올지를 두고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임직원들의 반응이 좋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삼성그룹 홍보실 한 관계자는 각 CEO들이 창조경영에 대해 자신들만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창조경영은 말 그대로 창조적인 것”이라며 “전략과 전술을 구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씩 틀려야 하는 것이 옳고, 그것 역시 큰 방향은 기본적으로 창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자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단순히 올해 하나를 더 벌고 두 개를 더 벌자는 식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2월 “20세기에는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됐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물건은 물론 마케팅, 디자인, 연구, 개발, 아이디어 등을 복합적으로 잘 해야 살아남는다”며 이른바 ‘창조 경영’ 발언을 했고, 앞서 9월에도 창조경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경제전문가들은 삼성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최근 잇따라‘창조경영’을 설파한 배경에 대해 지난 10년간 5대 주력산업이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ㆍ휴대전화에 머물러 있는 등 사실상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장이 정체되는 위기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마케팅, 디자인, 연구, 개발, 아이디어 등을 중심으로 한 ‘창조성’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이 내놓는 공통된 견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