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 ▲담배를 제조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담배의 제조상·표시상 결함에 따른 KT&G의 불법행위여부 등을 판단 근거로 국가와 KT&G가 폐암환자와 유족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선고했다.
우선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포괄적 관련성(역학적 인과관계)이 있다는 전제는 1심과 같이 인정했지만, 일부 흡연자에 대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가능성(개별적 인과관계)도 추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폐암환자들의 흡연력과 그들에게 발생한 개별적 폐암이 일반적인 폐암보다 흡연과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흡연이 폐암의 주요한 원인이거나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담배 연기에는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이로 인한 폐암 발병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반면 KT&G는 우리나라에서 독점적으로 담배를 제조하고 원료까지 수집·경작 등에 관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원고들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는 원고 측이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인정된 일부 폐암환자들에 대해 KT&G의 불법행위까지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해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어떤 행위와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해도 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1심에서는 담배를 제조물책임의 법리가 적용되는 제조물로 보지 않았지만 2심에서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필터 담배를 제조방법과 기술 등에 비춰 제조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KT&G가 과거에 제조한 필터 담배도 생산방법, 기술, 첨가제의 종류와 양에 관해 현재와 차이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어 과거의 필터 담배도 제조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담배에 제조상·표시상 결함도 1심과 같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먼저 담배의 제조상 하자에 대해서 "담배에 다양한 발암물질을 포함한 타르, 의존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니코틴이 포함돼 있다고 해도 담배의 제조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법률적, 사회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결함이라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니코틴 의존을 질환으로 인정하더라고 흡연은 흡연자의 선택에 의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시상 결함에 관해서는 "담배갑 포장지의 표기내용은 흡연의 위험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 수준,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법체계, 그동안의 언론보도내용,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결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담배소송은 A씨 등 30여명이 1999년 9월(1차 담배소송)과 12월(2차 담배소송)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국가와KT&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999년 12월 소장 접수부터 2007년 1월 선고까지 재판부는 수차례 바뀌었고, 30여번의 변론기일이 열린 끝에 1심 재판부는 KT&G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되나 역학적 관련성에 의한 개별적 인과관계를 추정할 만한 증거는 없으며, 담배에 제조상, 설계상의 결함이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2007년 1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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