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이 4개월여 간의 험란한 여정을 마치고 13일 출범했다. 양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 회의에서 지도부 구성 및 정강정책, 당헌 등 합당 안건을 의결하고, 오후에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로 이동해 '바른미래당 출범대회’를 갖고 공식적으로 신당 창당을 마무리했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에서 21명, 바른정당에서 9명의 의원들이 합류해 한때 40석이었던 국민의당 보다 규모가 작아진 의석 30석의 원내 3당으로 출발한다. 통합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을 근거지로 한 의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바른정당은 소속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등 전형적인 뺄셈 통합을 이루게 됐다.
국민의당이 누려왔던 캐스팅보터 역할은 국민의당 내부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빠져나와 만든 민주평화당(14석)과 분점하게 될 전망이다. 관심을 모았던 바른미래당의 초대 대표는 앞서 예상했던 대로 국민의당 출신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 의원이 합의로 추대됐다.
이들은 향후 6개월간 당을 이끌게 되는데,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만큼 이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일종의 '비상체제'라고 보면 된다. 유 공동대표가 공동대표직을 제안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도부 편입 대신 지방선거에서 선두로 나서며 당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리고, 지방선거의 제왕격인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 정책위의장은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 사무총장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사무부총장은 바른정당 김성동 전 의원이 임명됐다. 이밖에 최고위원은 양당이 2명씩 동수로 추천하기로 했다.
합당 하루 전인 12일 밤까지 신당의 강령에 '진보', '햇볕정책'을 담을 것이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정강정책과 관련해선 중도-진보와 보수 등 이념색채를 모두 빼고, 대신 미래정당으로 간다는 정신을 강령에 포함하기로 했다. 대북노선에서도 국민의당이 요구했던 '햇볕정책 계승'을 명시화하지 않고, 남북화해와 교류의 물꼬를 튼 '6·15 선언' 정신 등을 정강·정책에 반영하는 형태로 내부 조율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이날 합동회의 직후 바른미래당의 정강정책과 관련해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와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의 극단적 대립으로 민생은 외면당하고 진영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지역, 계층, 세대를 뛰어넘는 합리적인 미래개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는 패권주의·지역주의·인물주의 정치라는 한국정치의 병폐를 극복할 대안정당은 바른미래당 밖에 없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뤘다.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를 역임했던 정병국 의원은 "우리는 지금 부패한 보수의 부끄러운 민낯과 폭주하는 진보의 위선적 가면 한가운데 있다. 어쩌면 저 풍차 향해 달리는 돈키호테일지도 모른다. 거인국에서 소인국 모험담 펼치는 걸리버일지도 모른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각각 보수의 한계와 진보의 한계를, 제3의 길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또다른 제3의 통합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제 진정한 민주정치를 하자"고 다짐했다.
유승민 대표는 "자유한국당 같은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를 지지할 수 없다는 건전보수 국민들에게, 우리는 진짜 보수의 새 희망이 되어야 한다"며 "또 시대착오적인 운동권 진보의 불안하고 무책임한 국정운영에 실망하고 등을 돌리기 시작한 국민들에게, 바른미래당이 더 믿을 만한 대안정당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독립적인 윤리위원회 출범을 통해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고, 갑질, 계파, 사당화 같은 구태정치와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당정책에 구체화되지 않은 당의 노선과 관련해선 보수냐 중도냐 진보냐, 그 단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용과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한 그는 정의와 공정, 자유와 평등, 인권과 법치라는 헌법가치가 바른정당의 확고한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 대표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근간으로 한 대북정책 △굳건한 한미동맹 △중부담 중복지 원칙 △노동시장의 유연성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 반대 등 보수로서의 모습을 확연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