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방카에 파격적 환대 북미접촉 종용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한국에 보내면서 전면적 해상 차단에 가까운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특히 다음 카드로 대북 무력행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방카 고문을 맞아 '대화'를 강조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피스 메이커'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한미 수뇌부 간 만남이지만 한미 모두 북한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한 새로운 양보안을 들고 협상장에 나올 때까지 북한 고사(枯黄) 작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한국은 북한을 설득해 북미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트럼프, 해상차단 빅카드 "이것도 안통하면 매우 거친 카드...매우 매우 불행"
25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방카 고문은 한국에 도착한 당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찬에 앞서 40분간의 비공식 접견을 가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만이 배석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이방카 고문은 북미대화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이후 만찬 자리에서 이방카 고문은 대북 압박과 제재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압박을 위한 공동노력이 효과를 거뒀다. 한국의 대북제재 노력을 지지한다"며 "이번 대표단 방한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우정과 연대를 심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미 사전 접견에서 양측 간 논의가 있었던 만큼 문 대통령을 향한 발언이 아닌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로 평가된다.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 고문의 방한에 맞춰 북한의 해상교역을 차단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를 발표한 것에서도 확인된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방카 고문이 청와대 일정을 소환하는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Phase Two)로 가야 할 것이다.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a very rough thing)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행 가능한 최대한의 대북 제재를 준비한 만큼 이마저 통하지 않을 경우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어떤 형태의 무력일지는 언급이 없었다.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후 미 재무부는 북핵 개발을 위한 자금 차단 등을 위한 대북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북한,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무역회사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 등 총 56개 대상이 포함,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북한 한미훈련 중단 요구...문 대통령 내외 '피스 메이킹' 발 벗고 나서
그러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입장 표명에 있어 변화가 없고, 오히려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미국이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을 부추겨 끝끝내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는 것은 완화의 기운이 감도는 조선반도 정세를 원래의 초긴장 상태로 되돌려 세우는 위험천만한 망동"이라며 "만일 미국이 조선반도 정세 완화를 바라고 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합동군사연습 계획을 걷어치워야 한다. 그것이 마땅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남조선 괴뢰들과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기만 하면 우리 천만 군민은 그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는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일 뿐 남북미 물밑 접촉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갈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평창 폐막식을 위해 한국에 모인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지느냐 여부다. 북한 김여정 특사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간의 비밀회동이 불발된데다, 미국은 이를 북한 탓으로 돌리며 폐막식 기간 북한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다만 문 대통령이 한반도 피스 메이커 역할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만큼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관측이다.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공략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방카 고문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만찬을 위해 청와대 정원인 녹지원에 먼저 도착해 직접 이방카 선임고문을 맞았다. 당초 차량 영접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하려 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받은 외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유일하다. 즉 이방카 보좌관을 사실상의 정상급으로 예우한 파격적 배려인 셈이다.문 대통령은 이 같은 파격적 배려를 보인 뒤 23일 이방카 고문에게 북미접촉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미측에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하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중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수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