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석유화학 맞춤형 안전체험센터 건립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지난 9일,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대산산업단지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의 면적은 1400만㎡(420만평)에 달한다. LG화학[051910] 대산공장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굴지의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다.
LG화학 대산공장은 약 155만㎡(47만평) 규모의 수직 계열화 된 대규모 석유화학 사업장이다. 납사크래커(NCC)공장을 포함해 총 21개 단위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크게 30여종의 석유화학 제품이 생산된다.
대산공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석유화학 사업의 심장’에 해당하는 NCC공장의 상황조정실(컨트롤룸). 조정실 안으로 들어서니, 벽 한쪽에 자리잡은 모니터 화면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관계자는 “가장 오른 쪽에 있는 화면은 NCC 증설 현장 모습이다”며 “나머지 화면은 가동되는 공장 곳곳에 설치된 CCTV화면인데, 이를 통해 이곳에서는 현장을 모니터링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산공장은 NCC 23만t 증설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증설이 완료되면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104만t에서 127만t으로 확대돼 세계 NCC 단일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뒤이어 향한 곳은 증설 작업이 한창인 엘라스토머 공사현장이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다. 자동차용 범퍼 소재, 신발의 충격 흡수층, 기능성 필름, 전선케이블 등에 사용된다.
LG화학은 20만t 규모의 엘라스토머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축구장 8배 이상인 1만8000평 규모의 부지에 지어진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68% 가량이다. 3월말이면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일 LG화학 대산공장 POE 증설 TFT 팀장은 “올해 하반기에 증설이 완료되면 대산공장의 엘라스토머 생산량은 현재 약 9만t에서 29만t으로 3배 이상 증가하게 되며, 글로벌 TOP 3에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안전체험센터다. 평소 안전 환경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대산공장은 지난해 10억원을 투자, 안전체험 교육 공간을 마련했다.
안전체험관(90평), 영상체험관(20평) 규모로 꾸며진 안전체험센터는 건설안전, 전기안전 등 총 5개 분야 24종의 체험설비를 갖췄다. 보호구 충격 체험, 과전류 체험, 떨어짐 체험 등을 임직원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또한 이 센터는 세계 최초로 석유화학 맞춤형 센터로 건립됐다. 실제 석유화학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사고를 직접 체험하고 상황별 대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기자가 직접 체험했던 ‘안전모 실험’이다. 기자는 안전모를 쓰고 의자에 앉았다. 머리 1m 위쪽 벽에는 해머(Hammer)가 달려 있었다. 곧 있으면 저 해머가 기자의 머리 위를 내리찍을 것이라는 생각에 당시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공장 관계자는 “안전하니 안심하라”고 다독였다.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곧이어 공장 관계자는 태블릿 PC를 조작했다.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해머가 기자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걱정과는 달리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가 맞았던 해머의 충격 강도는 성인 남성이 내리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상춘 대산공장 안전환경담당은 “화학공장에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작업을 현장과 동일한 설비 및 작업 상황으로 재현해 학습시킴으로써, 작업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는 능력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