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총리추천제·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제시
5당 10인 정치협상회의 구성 요구도...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15일 헌법 개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다면 국민투표 시기를 6월 13일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데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던 정의당마저 개헌 문제에서는 한국당과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심 전 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이 개헌 의지 없이 오로지 시기만 미루는 것이 아니라면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반대하는 야당에 합류한다는 선언으로, 그는 또 문 대통령을 향해 개헌안을 직접 발의하기보다 국회에 제안하는 방법을 선택해달라고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정부 개헌안을 확정해 오는 21일 발의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심 전 대표의 발언은 비록 전제조건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정의당의 기존 당론으로 6월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개헌투표 연기론으로 360도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 관심이 쏠린다. 입장 변화가 개헌 국민투표 시기를 6·13 지방선거 이후로 수렴 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심 전 대표는 "아직까지 6월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가 당론이다"면서도 "한국당이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분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밝히면 국민투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헌 방향에 대한 합의도 없이 시기만 연기하자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문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는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정의당이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여야가 늦어도 4월 초까지 개헌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를 압박, 개헌 발의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야당이 하나같이 반대하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미 개헌안 합의를 전제로 시기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여당 의원들도 한국당의 개헌 의지가 담긴 합의가 가능하다면 (시기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심 전 대표는 이날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여당이 (연정으로) 국회 다수파를 구성해 국회의원 중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국회 총리추천제'를 제안했다. 국회 총리추천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의 절충안으로,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심 전 대표는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선거제도 개혁, 의원정수 확대와 국회개혁의 병행 등도 언급했으며, 촛불 시민혁명으로 제기된 개헌 요구는 원내 3당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면서 국회 내 개헌 논의의 틀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 위원이 참여하는 '5당 10인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