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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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일병 구하기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7.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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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명박 자료 유출 권력기관 개입” 공세…범여권 “한나라당의 ‘이명박 구하기’는 공작정치”

▲ <사진=뉴시스>
[152호 정치] 한나라당이 ‘부동산 게이트’로 위기에 빠진 이후, 코너에 몰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노출되자, 한나라당이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총대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멨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된 정보를 국가기관이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범여권은 박물관에나 있을 구시대적 정치공작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면서 “날만 새면 언론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이상한 것을 흘리면서 정치공작으로 대선을 이끌어 가려고 하는 그런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비춰볼 때 한나라당의 청와대, 금감원, 국정원, 국세청, 행자부, 건교부 등에 대한 ‘정치공작’ 의혹의 압박 가능성이 커, ‘권력기관 배후설’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대선구도에서 핵심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선 △이명박 대세론의 차단 △이명박, 박근혜 지지율 균형 유지 △치열한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 유도 △경선 후 두 후보 간 협력관계 차단 등 이른바 ‘이명박 죽이기 4단계 로드맵’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신빙성 다소 떨어지는 의혹마저 나온 상태다.

◇ “현 정부가 정권연장을 위해 정치공작” =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회의에서 “국민들은 21세기 SF 영화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범여권은 박물관에나 있을 구시대적 정치공작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면서 “날만 새면 언론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이상한 것을 흘리면서 정치공작으로 대선을 이끌어 가려고 하는 그런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의 배후에 권력이 개입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모든 자료는 권력이 유출한다. (권력은 자료를) 유출시켜놓고 다시 은폐하고 또 유출하고 은폐한다”며 “임기말이 되면 (유출과 은폐라는) 권력형 정치공작의 실체가 권력기관에서 시작되는데, 그 배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 정권이 무너지면 그 배후는 세상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현 정부가 정권연장을 위해서 자기들의 후보가 만들어질 때까지 또 자기네들이 전열을 정비할 때까지 정치공작 찬스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이나 국정원, 국세청, 행자부, 건교부 등 이런 정부기관이 아니고는 개인의 사생활, 남의 재산, 이것을 떼어볼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정체불명의 괴문서, 이른바 ‘이명박 X파일’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서 제작됐다는 주장이다.정형근 최고위원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장해왔고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불개입이라는 헌정의 기본 원칙이 뿌리채 뽑혀나가고 있다”면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일련의 공세는 국가기관이 직ㆍ간접으로 관련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한발 나아가 “체계적인 협조가 없이는 얻기가 힘든 이명박 전 시장과 일가들의 부동산관련 특정 언론보도 등 야당 후보를 쓰레기로 만들려는 추잡하고 더러운 작업을 하는 비밀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의 수위를 높였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최근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출처불명의 괴문서들은 개별 의원들이나 언론의 통상적인 취재활동의 범주를 넘어서는, 도저히 특별한 경로가 아니면 입수하기 어려운 자료”라며 “현 정부는 최근 정권유지에 혈안이 되어서 자신들의 후보가 부각되지 못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더러운 폭탄을 무차별 투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세는 이달 들어 큰형인 이상은씨와 처남인 김재성씨의 부동산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언론이 먼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부동산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뒤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해명을 요구하는 식으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는 일종의 ‘공식’을 만들어 놓고 ‘정치공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 “청와대와 국정원이 대답하라” =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러면서 정치공작의 핵심으로 ‘청와대’와 ‘국정원’을 지목했다.

▲ 6일 오전 정권차원의 자료 유출 의혹을 항의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국무총리실을 방문한 이재오 최고위원(가운데) 등 10여명의 이명박 캠프 의원이 면담을 거부 당하자 총리실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권은 정치공작으로 등장한 정권”이라며 “정치공작으로 등장해놓고 정치공작으로 다시 정권을 넘겨주려고 하는 그야말로 추악한 권력놀음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정치공작의 정점에 청와대에 만약 이런 것을 총지휘하는 T/F팀이 있다면 즉각 해체하라”며 청와대가 정치공작 작업에 개입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던졌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에 국정원이 공격적으로 권력형 정치공작에 개입하겠다는 것인지 과거의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겠다는 것인지 국정원장은 대답하라”며 “혹시 국정원장이 특정정당의 후보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 국정원 스스로가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공작의 일선에 서있는 것이 아니냐”며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은 “국정원이 선거와 관련한 각종 자료의 흐름에 배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많은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15년만에 다시 되살아나는 총체적인 국가권력의 관권선거 형식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고, 특정개인정보의 불법 유출은 국정원이 책임지고 그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따졌다.

◇ 이명박 의혹 보도, ‘권력 개입 의혹’으로 논점 돌리나 = 한나라당이 이처럼 권력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구하기”라며 “이는 공작정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의혹에 홍역을 앓고 있는 한나라당이 ‘당선 가능성 1순위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을 구하기 위해 모종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명박 X파일의 뚜겅이 서서히 열린 뒤 각종 의혹들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비관적으로 흐르자 이 전 시장을 구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나라당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물타기 수법’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4일 국회 브리핑룸을 찾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한나라당이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꼬집은 뒤, “이는 한마디로 이명박 후보의 위기 국면을 전환하려는 고도의 정략이고 이것이 바로 공작정치이자, 구태정치”라고 비난했다. 서 대변인은 “진실을 밝히지 못하기 때문에 엉뚱한 음모설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질타했다.그는 또 “언론 등의 의혹제기는 당연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사실을 확인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라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언론이 제기한 사실이 거짓이라면 명쾌히 해명하면 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진실을 은폐하려 하기보다 ‘부동산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라는 일종의 ‘충고’인 셈이다.윤호중 대변인은 다음 날인 5일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 처남의 부동산 보유, 매매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언론과 정치권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며 “이는 전형적인 맞불 놓기이고, 상투적인 물타기 수법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규의 부대변인은 “위증 교사를 하고 공작 정치를 해 온 사람들이 허물을 감추기 위해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을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 정조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명박 후보를 구하기 위해 급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노영민 부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명박 전 시장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서 그 은밀한 비밀스런 부분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국가기관의 개입 없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김태년 부대표는 “이명박 후보는 하루밤을 자고 나면 또 다른 의혹이 밝혀져서 그 끝이 어디인지 국민이 궁금해 하고 있다”며 “시중에는 이명박 후보는 검증대상이 아니고 수사대상이 아니냐는 여론도 많이 있다”며 사실상 한나라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중도통합민주당 노식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정권배후설’을 주장하더니 급기야 언론사까지 고발했다”면서 “아가사창(我歌査唱·꾸짖음이나 나무람을 들어야 할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이자 주객전도”라고 꼬집었다.

◇ 박근혜측 “한나라당, 이 전 시장 구하기 비난 피할 수 없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현재 ‘검증 공방 중단 요구’와 함께 ‘양 캠프 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환영’의 뜻을, 박근혜 전 대표측은 ‘반대’의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표측도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명박 구하기’에 대해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 전 시장의 처남(김재정씨) 재산 보유상태를 알지 못하고서는 본선에서 큰 낭패를 볼 게 틀림 없다”면서 “당 검증위가 요구하고 있는 이 전 시장 처남의 부동산 등 재산 실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종합상황실장인 최경환 의원은 “언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해명하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네거티브냐”며 “경선 과열에 대한 지도부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전 시장 구하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캠프측은 지난 6월부터 당 지도부와 경선관리위원회, 윤리위원회 등이 형평성을 잃어 심판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당의 최근 행동은 ‘이명박 구하기’에 가깝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실제로 당 지도부가 이명박 캠프의 회의를 일상적으로 주재하는, 즉 이 전 시장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경선과 관련된 모든 룰이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도록 조성되고 있다는 게 박 전 캠프측의 하소연이다.

◇ 청와대 “‘청와대 지시설’ ‘공작정치’, 아무런 근거없는 주장” =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와 관련 “‘공작정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독재시절에나 통하던 낡은 수법”이라며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고 반박했다.

홍보수석실은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과 검증을 피해가기 위해 있지도 않은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워 관심을 돌려보려는 떳떳치 못한 의도가 눈에 보인다”면서 “위장전입ㆍ부동산투기 등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남을 중상모략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고 지적했다.홍보수석실은 또 지난 3일 글을 통해 “‘청와대 지시설’ ‘공작정치’ 등 아무런 근거없는 주장을 일부 언론들이 확대 보도하면서 한나라당 특정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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