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제휴사=빅뉴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의 당선의 최대공신은 누구일까? 뭐니뭐니 해도 노대통령과 김대업씨일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경선 막바지에 다가갈수록 혹독한 도덕성 검증 공세에 시달렸다. 위장전입, 위증교사, BBK 주식사기, 그리고 도곡동땅 등, 한 명의 후보로서는 이토록 많은 의혹이 제기된 전례는 없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무수한 도덕성 비판에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되던 이회창 후보는, 단지 아들의 병역 의혹 단 한 건밖에 없었다. 100평 빌라, 원정출산 등은 의혹이나 비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올초까지만 해도 5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다 30% 중반대로 하락했으니, 도덕성 검증의 위력은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 판도를 바꿀 만한 힘은 없었다. 특히 막판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를 8.3%차로 따돌린 것은 5년 사이 크게 변한 민심의 간극을 보여준다.5년 전 노무현 후보는 정치개혁과 도덕성으로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 그 기준이었다면 이명박은 후보로서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한나라당의 후보로 올라설 수 있었고, 오늘자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60%의 지지율에 다가섰다. 도곡동땅이 이명박의 땅이라 믿는 60%의 국민들이 있음에도, 이들은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정치컨설팅 회사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일찌감치 도덕성 공격으로 이명박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무능진보에 대한 국민 혐오감이 누적되어있고, 김대업으로 상징되는 허위 폭로에도 질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금 부패했더라도, 일잘하는 후보에게 국민들의 마음이 끌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이러한 시대흐름의 결과이기도 하다.범여권의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시한폭탄에 비유, 직접 제거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 역시, 박근혜 후보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 하는 셈이다.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면 검증할수록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능력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선과정에서 검증공세가 거세질 때마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왜 방해를 하느냐”는 말로 되받아치곤 했고, 이는 성공을 거두었다.
오히려,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무능진보세력의 공세는 이명박 후보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는 형국이다.
무능진보세력 재집권 불가능할 때, 진짜 능력 검증 가능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곡동땅이나 BBK건 등에서 누가 봐도 용납할 수 없는 치명적이고 확실한 부도덕성이 드러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후보가 탄탄대로를 달릴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범여권이 재편되면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노무현 세력이 크게 약화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무능진보세력의 재집권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되었을 때, 오히려 그때부터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때부터는 검찰과 국정원이 동원되는 도덕성 검증이 아니라, 누가 갈기갈기 찢겨진 국론을 대통합할 수 있고, 열강 사이에 둘러싸인 채, 남북관계 등 민감한 외교문제를 주도할 수 있고, 비좁한 남한에서의 경제개발이 아니라, 북한, 중국 등으로 한국의 경제와 문화가 뻗어나가게 할 수 있느냐 등의 진짜 비전과 능력의 상생적 대결판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2002년과 달리, 보수진영 후보에 대한 새로운 검증은 도덕성이 아니라 능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부터 시작될 수 있고, 어찌보면 이는 검증이 아니라 자신들의 구체적인 비전 제시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변희재,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