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HSBC 공격, 국내 은행들 배경 파악 급급
외환은행 관심 둔 농협, 국민, 하나 어떤 움직임 보일까
금융권 ‘론스타, 매각 승인· 고가 매각 등 계산 깔려’ 분석
[매일일보닷컴]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그에 따른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최근 자산규모 세계 2위의 영국계 은행인 HSBC 와 단독으로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해 업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과연 지금 시점이 매각 논의를 벌이기에 적당한 때인가에 관한 논란부터, 외국계인 HSBC와 단독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다양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보여 왔던 농협, 국민, 하나 등 국내은행들은 론스타와 HSBC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HSBC는 지난 20일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며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행명과 상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음날 론스타도 “HSBC와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은행 보유지분 51.02% 매각과 관련해 HSBC와 단독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HSBC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50억~55억달러(약 5조17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론스타와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양측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금융권, 론스타 협상 내용 공개에 속내 파악 분주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론스타와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조금씩 새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 시장에서 스탠타드차타드, 씨티그룹 등과 경쟁하고 있는 HSBC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일만 하다고 업계는 분석하기도 했다. 문제는 론스타와 HSBC가 양해각서도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진행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무언가 다른 내막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제 인수, 합병 거래의 관행 상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최대한 내용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론스타와 HSBC의 행보는 전혀 다르기 때문. 금융권에서는 일단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없는 외국계 기관으로 인수자를 확정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하는 쪽이 많다. 즉 HSBC로 인수자를 정해놓고 금융감독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적법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매각 대상과 가격 등을 어느 정도 확정지어놓고 법원 판결이 나기를 기다린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국내은행, HSBC 인수협수 가속도에 바짝 긴장
정확한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론스타의 행보가 이처럼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보여 왔던 국내 시중 은행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농협, 국민, 하나은행 정도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가 거의 확정됐지만 론스타의 불법 인수 논란으로 인해 계약이 파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야하는 중대한 시기인만큼 외환은행 인수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또한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외환은행 인수 추진 현황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잘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금융업계 무서운 강자로 떠오른 농협 또한 외환은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의지는 전부터 있어왔다”면서 “시간과 명분만 맞으면 언제든지 인수할 수 있다. 현재 금융기획부 내 한 팀에서 타 은행과의 컨소시엄 구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하나은행은 특별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 속내를 비춰왔던 터라 론스타와 HSBC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외국계가 외환 인수 타당한가 찬반 양론 갈려
한편 금융권 일각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론스타와 HSBC의 협상을 계기로 외환은행을 또 다시 외국계 은행에 넘기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은행산업에 이미 과도한 외국 자본이 침투한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매각이 은행권의 추가 인수·합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등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내 은행들 또한 실질적으로 ‘토종’은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외국계’ 은행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민, 하나은행 등도 이미 외국인 지분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국내 토종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지금 시점에서 외국자본인지, 국내 자본인지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명, 독립경영, 직원 고용안정 등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을 얼마나 잘 보장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 측은 이번 론스타와 HSBC의 매각 협상과 관련해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