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강산에서 감동적인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68년 만에 혈육을 만나는 그 기쁨과 회한이란 필자가 감히 헤아리기 힘들 깊이일 것이다. 게다가 다들 고령이다보니 이번 짧은 만남 뒤에 생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려나싶다. 상봉의 기쁨 만큼이나 이별의 슬픔도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금강산의 수려한 경관이 이산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었길 빌 뿐이다.
마침 금강산 이야기가 나왔으니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금강산 작품을 소개할까 한다. '크리스탈 페인팅'으로 잘 알려진 김종숙 작가의 인공 풍경 연작이다. 그의 작품은 수십만 개의 크리스탈로 인해 캔버스 위에서 출렁이는 광휘가 전통 한국화의 산수 형태를 이루며 눈부신 장관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동양의 고전 산수 이미지에 실크스크린, 에어브러쉬 기법 등을 활용한 밑그림 작업을 한 후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를 핀셋을 이용해 아날로그적으로 붙여 작업을 완성한다.
김종숙 작가는 나전 세공의 밑그림을 위해 쓰였던 동양 산수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가 나전 공방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유년시절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옛 동양 산수를, 그리고 나전을 대신해 반짝이는 크리스탈을 캔버스 위에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금강전도를 비롯한 동양 산수에 크리스탈을 수놓아 시시각각 빛에 의해 변하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현대 산수를 선보여왔다. 그가 가장 즐겨 차용하는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의 활동 시기에는 조국 산천을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말하며 전국 산천을 여행하는 국토순례가 유행했다고 한다. 왕을 비롯한 궁중을 지켜야 하는 사람과 여행할 만한 상황이 안되었던 사람들로 인해 당시 진경산수화의 수요가 급증했다. 덕분에 후대의 우리는 화폭으로 옮겨져 문화유산으로 남겨진 진경산수를 통해 조선시대 산천이 간직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 산수가 현대미술가들에 의해 다시 재해석된 작품들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
을 얻어 해외 컬렉터 층이 확고하다. 숨을 멎게 하는 화려함으로 작품으로의 시선을 끌었다면, 이내 동양의 고유색이 드러나는 조선회화가 눈앞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뉴욕의 아트넷 옥션 스페셜리스트 헤더 러셀은 "서구의 시선으로 보면, 김종숙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회화를 훌륭히 재해석해낸 것이며, 나아가 보석이나 깨진 유리 등을 사용해 그녀와 유사한 작업하고 있는 동시대 서구의 예술가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김종숙의 크리스탈 보석 회화는 친숙한 주제로 관객들을 붙잡아 두면서도, 동시에 색채와 보석들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일종의 시각적 명상 상태에 이르게 한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뉴욕타임즈는 '세계의 반대편에서 온 명멸하는 빛의 보석'이라는 타이틀로 김종숙 작가를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