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험료 카드납부 요구에 ‘가맹점 탈퇴’로 으름장 놓더니…
삼성생명 “카드납부 말도 안돼”…그러나 협의는 “잠시 休”
후발 생보사 “소비자 편익보다 업계 빅3 의견 따라갈래~”
업계전문가 “가맹점 탈퇴는 수수료 인하 위한 액션”…“카드납부 이익 있어 탈퇴 힘들 것”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보험료 카드결제’ 전면 허용을 지시하고, 이를 거부하는 보험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촉되는 만큼 형사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생보사들은 “보험료의 카드결제를 허용할 경우, 증가되는 가맹점 수수료는 소비자들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며 카드결제 허용에 반기를 들었다. 거기에 일부 생보사는 ‘카드 가맹점 탈퇴’라는 압박카드까지 들고 나섰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생보사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액션’일 뿐 실제 탈퇴의지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달 13일 보험사들에 공문을 통해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는 보험사가 보험료의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여전법에 위반된다”며 보험료 카드납부 허용을 지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일부 생보사들은 여전히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상품 보험료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보험료를 카드로 수납할 경우에 가중되는 수수료 부담에 대한 수익률 저하와 여전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도 카드 가맹점 탈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 3.0~3.6%는 주유소 1.5%, 종합병원 1.5%, 슈퍼마켓 2.0%, 공공서비스 2.0%, 골프장 1.5% 등 타 업종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장기 성격의 보험료까지 카드납부가 가능하게 된다면 연간 수천억원의 수수료가 증가하게 되고, 수수료의 증가는 결국 보험료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모든 피해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게 생보사 측의 입장이다. 현재 흥국생명 등 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생보사들은 초회보험료에 대해서만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의 90% 이상이 자동이체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고, 자동이체시 보험료가 1%가량 할인돼 고객들도 이를 선호하고 있다”며 “다만 첫 회에 한해서는 보험을 가입할 때 당장 현금이 없을 경우를 고려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그러나 당초 강경하게 나올 것 같던 생보사들의 ‘가맹점 탈퇴’ 움직임은 소리만 요란했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탈퇴설의 진원지로 알려진 삼성생명 측의 김지훈 홍보과장은 “보험 등 금융관련 상품들은 일반적인 상품구매와 달리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돼있기 때문에 외상으로 구입한다는 것(카드결제)은 말도 안된다”며 보험료 카드결제 반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가맹점 탈퇴할까, 말까 고민되네~
그렇다면 ‘카드 가맹점 탈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생보사들이 칼자루를 잡아 빼지 못하고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할 때, 경제적인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고객의 편의만을 위해 가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신용카드로 초회보험료를 받을 경우 홈쇼핑, 인터넷 등을 통한 가입자들과 현금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즉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가맹점 계약은 카드사와 손보사 간의 문제기 때문에 강제로 제재할 이유는 없지만, 보험료 카드 결제 거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데다 카드납부를 권장하는 감독당국의 입장과도 상반된 가맹점 탈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소비자, 시민단체 등의 반발과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생보사들이 카드 가맹점 탈퇴를 감행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