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한다면 누가 도울까 관심, 이명박 "언론이 앞서간다"
【매일일보닷컴】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사실상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전 총재가 어떤 출마 방법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총재가 창당을 한 후 기존 정당과 합당을 할지, 기존 정당에 입당해 출마할 것인지, 무소속으로 출마를 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절차와 파급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가 어떤 방식으로 출마를 하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한나라당 탈당이다. 공직선거법상 한 당에는 한 명만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미 경선을 통해 이명박 후보를 선출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탈당은 오는 24일까지 가능하며, 중앙선관위의 대통령 후보 등록기간은 오는 25~26일이다. 이 전 총재가 창당을 택할 경우 정당법에 따라 먼저 창당준비위를 구성해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해야 하고, 그 이후 중앙당 창당대회를 거쳐 적어도 오는 19일까지는 정당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선관위는 정당 등록신청을 받은 후 7일 내에 등록 심사를 끝내도록 돼 있고, 후보 등록 마감일이 오는 26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창당 후 기존 정당과 합당하거나, 기존 정당을 흡수할 경우에는 더욱 시간이 없다. 양당이 각각 전당대회 등 대의기관에서 합당결의를 하고, 이후 정당간 합동회의를 통해 합당을 결정한 후 선관위에 합당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둘 이상의 정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합당하는 '신설합당'의 경우 7일 이내에 등록심사를 끝내야 하고 하나의 정당이 하나 이상의 다른 정당을 흡수하는 '흡수합당' 경우 즉각 심사하도록 돼 있어 신설합당 보다는 흡수합당이 좀 더 빨리 처리될 수 있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국민중심당 등 기존 정당에 이 전 총재가 입당해 출마할 경우에는 절차가 좀 더 간단하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기존 정당의 임시 전당대회 등에서 후보교체를 한 후, 26일까지 후보자 등록 절차를 밟으면 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에는 5이상의 시도에서 각각 500인 이상씩 총 2500명∼5000명의 추천장을 받고 등록 마감일까지 관련 서류를 접수시키면 된다. 이 전 총재 측도 이처럼 시일이 촉박한 것을 고려해 구체적인 실무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 측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결심을 굳혔으며 오는 7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8일 대국민성명 형식으로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측근은 또 "기존의 국민중심당을 흡수해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교체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국민중심당 출마설과 관련 "국민중심당으로부터 연대 제의를 받았지만, 이 전 총재가 아직 결단을 안 하셨기 때문에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회창 출마하면 누가 돕나
이처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이 전 총재 측의 캠프 진용이 어떤 인사들로 꾸려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4일 "이 전 총재가 최종결단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돕고, 돕지 않고를 정할 수 있겠나"라면서 "아직은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 한나라당 인사들의 대부분이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사람들이지만, 대다수가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전 총재 캠프에 합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2002년 당시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장'으로 활약하며 이회창 전 총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이 후보 선대위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권철현 의원은 이 전 총재 비서실장으로 최근까지도 이 전 총재와 자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후보 캠프에서 국제관계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 의원과, 당 공작정치분쇄범국민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계동 의원도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대외협력분야 특보를 맡았다. 현재 이 후보 서울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공성진 의원도 2002년 대선 때 정책전문가 그룹을 이끌었고, 클린정치위 산하 정치부패감시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의원도 2002년 이 전 총재의 법률특보를 지냈다. 박 전 대표 측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이 전 총재 비서실장 출신이고,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2002년도에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으며 이 전 총재를 보좌했다. 하지만 김무성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빠른 시간 내에 그 어른을 만나서 대화를 해보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재오 최고위원도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결심하기 전에 내가 꼭 만나뵙고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불출마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 소속된 2002년 당시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이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직 의원과 특보단 중 이 후보 선대위에 몸이 묶여 있지 않은 사람들로 캠프 진용이 꾸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양정규 하순봉 김기배 신경식 최돈웅 전 의원 등 2002년 이 전 총재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함덕회'는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하면 이 전 총재를 도울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이회창-박근혜-고건-심대평' 4자 연대를 제안했고, 지난 9월 말 창당한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도 5일 보수 대연합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이 전 총재와 만난 것으로 알려진 강삼재 전 사무총장, 정인봉 변호사 등과 창사랑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백승홍 전 의원도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고,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과 자유수호국민운동 박규식 전 의원, 우파단체인 국민행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서정갑 본부장, 구범회 전 한나라당 총재 언론특보 등도 이 전 총재를 도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대 모 교수 등 현직 교수로 구성된 전직 특보단이 이 전 총재와 교감을 가지고 분야별 공약 준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모임인 '우민회'도 이 전 총재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민회 강희남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회원들 대부분 이 전 총재 지지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다음 주 중에 이회창 전 총재 지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昌 출마 단정짓는 것은 이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 출마설과 관련 4일 "출마한다고 언론에 실리지만 너무 앞질러서 단정짓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포스트 386세대와의 대화' 행사를 갖고 '진짜가 온다, 커밍아웃 2035' 회원 30여 명과 만나 "이 전 총재의 출마에 젊은 세대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의견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제가 아는 이 전 총재는 그렇게 쉽고 가볍게 어떤 일을 결정할 분이 아니다"라며 "본인이 공천을 받아서 두 번이나 당원 전체의 힘을 모아서 (대선을) 했는데 신중하게 할 것이다. 저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총재) 본인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했는데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본인도 노력하겠다고 했다"면서 "이 전 총재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을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전 총재가) 직접 출마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그런 말씀을 하지도 않았다"면서 "(이 전 총재는) 정권교체를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당연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한나라당에 그동안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지만 그런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해 왔다"면서 "올해 경선의 경우에도 살벌한 경쟁을 했지만, 마무리 과정을 보면 대단히 성숙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부터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 세대의 뜻이 정치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면서 장학제도 강화 등 지원을 늘리고 7%성장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홍대 주변의 비보이 전용극장에서 커밍아웃 2035 회원들과 함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을 관람한 후 출연진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 전 총재의 소재를 파악하며 이 전 총재와 이 후보간의 면담을 주선하는 등 출마선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태희 후보 비서실장을 비롯한 당의 중진 원로급 인사들이 주말 내내 이 전 총재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 전 총재 측은 이 전 총재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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